글로벌 흐름에 공공기관 '디지털' 도입
원전정비 디지털화…한국 최초 SMR 준공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 목소리
"맞춤형 경영평가 및 기관장 임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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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시아투데이 주최로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회 공공기관 포럼'에서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이 모여 '공공기관 경영효율화의 길'을 모색했다.
지난 1973년 '정부투자기관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공공기관이 법제화된 이후 50년 동안 공공기관은 우리나라 경제산업 성장에 큰 견인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진출이 필수가 됐다. 이들 공공기관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여기에 데이터 기반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글로벌 수출로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효율성·경제성까지…SMR 개발도 속도
우선 한전은 오는 2026년 '전력설비 자산관리시스템(AMS)'을 도입한다. 한전 AMS는 전력설비 생애주기 빅데이터 기반으로 고장발생 확률과 그에 따른 파급 비용을 평가한다. 이를 토대로 최적 교체대상 우선순위를 찾아 효율적 투자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코트라와 인천공항공사도 디지털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트라는 수출지원사업·빅데이터분석·해외시장정보·디지털상거래 포털 등 4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기존 공항 운영 사업 범위인 공항 건설과 유지보수·운항·터미널 운영, 보안·안전 등 분야에 AI와 IoT·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등 기술을 적용해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에 따라 재도약하고 있는 '원자력' 분야에서도 디지털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한전KPS는 원자력발전소 전주기 정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박영재 한전KPS 해외원전사업처 원전수출실장은 "한전KPS는 '원전정비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전주기 정비시스템 총 6만여개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외정비시장 진출전략도 다각화하고 있다.
국정과제인 '원전 수출 10기 달성'을 위해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한수원은 한전기술 등과 함께 'i-SMR(혁신형 SMR)' 개발을 하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1000~1400㎿·메가와트) 크기를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300㎿)으로 줄인 것으로, 원자로 등 주요 설비들이 통합돼 있다. 한수원은 2025년 표준설계를 완료하고, 2028년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하겠다는 목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담긴 '2030년대 SMR 준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최광식 한국수력원자력 SMR사업실 기술전략부장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서플라이 체인이 잘 돼 있어서 2030년대에 들어서면 SMR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며 "다만 수출하는 데 있어서 SMR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탄소중립 가속화 위한 에너지 혁신 플랫폼(SSNC)이라는 모델을 활용해 수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맞춤형 경평 필요"···요금 통제 등 정책 수행 사정 고려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특성에 맞는 맞춤형 경영평가와 정부 정책 수행에 대한 평가 반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완희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준정부기관 평가단장)는 획일적이고 기계적 경영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업종, 성숙도, 규모, 소관 부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평가군과 평가영역, 평가방법, 가중치에 대해 기관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경영평가단 중심 평가 방식이 아니라 기관 성숙도에 평가내용, 방법, 가중치를 기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요금 정책 등을 따른 경우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 교수(전 공공기관 운영위원)는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를 두둔하려는 뜻은 아니지만 전기요금, 가스요금 올려야 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권마다 폭탄돌리기로, 정치적 이유로 하다보니 에너지 기관이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몫으로 남게 됐다"며 "재정적 문제나 적자나 부채가 각각 기관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생긴 부채인지, 방만경영 때문에 생긴 건지, 경기 확장 때문에 생긴 건지 아니면 정부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생긴 부채인지에 따라 분명히 달리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좌장을 맡은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공공기관 관계가 공식화될 필요가 있다. 비공식적인 전화나 만나서 하는 구두 지시가 아니라 공식화된 관계를 통해서만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맞춤형 등으로 변화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계약을 맺는 관행이 필요하다. 맞춤형 평가도 결국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계약 관계를 의미한다. 계약관계가 돼야 불투명한 방법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공공기관장 임기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배근호 동의대 금융경영학 교수(전 공공기관 감사평가 단장)는 "3년 임기를 기본으로 하되 역량과 성과가 탁월한 기관장 경우 현재 1년씩 연장 하는 방식에서 연임도 가능하게끔 길을 열어 리더십과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공기관장은 정권 교체시 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무위원의 경우도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도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언제나 신임을 얻는 것이 관례"라며 "공공기관장은 정권이 바뀌면 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