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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의 문화路]햇살 아래 클래식 선율...공연장이 된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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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5. 01. 10:48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하이라이트 '고택음악회' 열려
따스한 봄날 운치에 새소리, 연주자들 농담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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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에서 열린 고택음악회에서 연주하고 있다./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사무국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손꼽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 따사로운 햇살 아래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 사이로 새 소리가 들린다. 연주자들이 힘차게 현을 긋고 건반을 두드리는 동안, 관객들은 선선한 봄날의 날씨와 더불어 음악을 만끽한다. 국내 정상급 명연주자들이 직접 소개하는 곡 해설에 재미난 농담은 덤이다. 이것이 바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하이라이트 '고택음악회'의 매력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다섯 시 반,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는 운치 넘치는 클래식 공연장이 됐다.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도착 순서대로 자리를 맡을 수 있어서인지, 일찌감치 줄을 서가며 입장했다. 앞쪽에 나무 그늘이 있는 자리가 인기 있는 자리로 보였다. 야외 음악회다 보니 선글라스를 쓰거나 모자를 쓴 관객도 꽤 있었다.

이날 음악회는 플루티스트 윤혜리와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간단한 해설과 함께 무대를 열었다. 쇼팽의 '로시니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오페라 신데렐라 중 더 이상 슬프지 않아' 연주를 앞두고 윤혜리는 "아주 귀여운 곡"이라고 운을 떼며 "쇼팽이 아마추어 플루티스트였던 아버지를 위해 썼다. 화려한 기교의 곡으로 연주자에게도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산뜻한 플루트 연주로 시작된 음악회의 다음 배턴은 국내 정상급 현악 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이 받았다. 바이올린 김재영 김영욱, 비올라 김규현, 첼로 이원해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23 시즌 유서 깊은 영국의 공연장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활약하는 등 한국 음악계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단체다.
푸치니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하룻밤 새에 작곡했다는 현악 4중주곡 '국화'가 울려 퍼지자, 쓸쓸하고 처연한 음색이 귓가를 휘감았다. 과연 노부스 콰르텟이라고 할 만한 고급스러운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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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김상진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에서 열린 고택음악회에서 연주곡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사무국
해마다 고택음악회가 진행되는 사이, 6시 무렵이 되면 윤보선가 옆에 있는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때문에 5시 55분쯤에는 연주 대신 해설이나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이날은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시작된 이래, 한 회도 빠지지 않고 19회째 함께 하고 있다는 김상진은 여유 있는 농담으로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윽고 6시가 되었는데, 이날따라 종이 울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교회의 종이 고장 났단다.

이날 고택음악회는 '기념일'을 주제로 진행됐다. 쇼팽 서거 175주년, 푸치니&포레 서거 100주년, 드보르자크 서거 120주년, 슈트라우스 서거 125주년,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곡들이 연주됐다. 음악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는 따가운 봄볕도 누그러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야말로 축복 받은 날씨 속에 첼리스트 조영창, 호르니스트 에르베 줄랭,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양정윤 등 쟁쟁한 실력파 연주자들의 멋진 연주가 펼쳐졌다.

노부스 콰르텟의 스메타나 현악 4중주 제1번 '나의 생애에서'를 마지막으로 고택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5월 5일까지 계속 된다. 축제는 그야말로 클래식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두루 아우르며 실내악의 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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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다솔(왼쪽)과 첼리스트 조영창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에서 열린 고택음악회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사무국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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