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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여파 저개발국 식량 가격 2~3배 폭등…레바논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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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8. 02. 14:15

우크라 곡물 수출 협상 타결…'곡물 수출길 다시 열릴까'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 인근에서 한 농부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저개발국의 식량 가격 상승률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은행(WB)의 '식량 안보'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에서 식량 가격이 2~3배 이상 폭등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참사로 곡물 저장·유통 기반이 크게 훼손된 레바논의 6월 식량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332%나 상승했다. 레바논 다음으로 짐바브웨(225%), 베네수엘라(115%), 튀르키예(94%), 이란(86%), 스리랑카(80%) 순으로 높은 식량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레바논은 물가 상승률에서 식량가 상승률을 뺀 실질 식량가 상승률도 지난해 대비 122%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레바논은 올해 들어 150%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인 상품 가격은 2.5배로 올랐으며 식량 가격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폭등해 거의 4배 증가했다.
WB는 저개발 국가의 93.8%는 식량 가격 상승률이 5% 이상이며, 이는 더 부유한 나라들의 식량 가격 상승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중저소득 국가와 중고소득 국가 가운데 식량 가격 상승률이 5% 이상인 국가의 비율은 각각 89.1%와 89.0%에 달했고, 고소득 국가도 78.6%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식량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많은 나라에서 '식량 청구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까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수단, 타지키스탄, 소말리아 등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이른 저개발 국가들은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곡물 수입대금 추가 지출이 GDP의 1%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국가들은 채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치솟은 식량 가격을 부담하기 위해 다시 빚을 져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엔, 튀르키예의 곡물수출 합의에 따른 첫 곡물 수출선이 이날 출항하면서 세계 식량 가격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날 옥수수 2만6000톤을 실은 시에라리온 국적의 화물선 '라조니'호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항을 출발해 레바논을 향해 떠났다.

튀르키예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합의 실행으로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최대 5000만톤이 흑해를 통해 수출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세계 식량 공급의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수출항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산불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대형 곡물 생산국들이 곡물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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