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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 농업에 새로운 ‘물꼬’가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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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2. 04.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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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원장님
윤종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서양 사람들은 두 배의 수확을 얻기 위해 농토를 배로 늘려 왔지만, 벼농사를 짓는 한국 사람들은 두 배의 수확을 위해서는 두 배로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왔다.” 고(故) 이어령 선생은 우리 농사 문화의 특성을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일찍이 우리는 땅을 늘리는 대신 땀을 더 흘리는 쪽을 택해왔다. 비좁은 국토에서 여느 작물보다 재배하기 까다로운 벼를 기르기 위해 오랜 세월 정성을 쏟아온 것이 바로 한국인이다.

밥을 주식으로 먹는 우리에게 쌀을 만드는 과정인 벼농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0년이 넘는 벼농사의 역사 속에서 최근 수십 년 사이 일어난 변화는 천지가 개벽할 수준이다.

낫으로 벼를 베고 소를 끌며 쟁기질하던 시절에서 드론으로 볍씨를 뿌리고 농약을 치는 세상이 됐다. 줄지어 모내기하던 일꾼들로, 새참 광주리를 따라 모여드는 아이들로 떠들썩하던 들판은 바인더, 콤바인, 트랙터 돌아가는 소리로 차츰차츰 채워졌다.

쌀 한 톨 만들기 위한 아흔아홉 번의 손길은 이제 아홉 번이면 족하다. 하지만 논물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직접 닿아야 한다. 밭(田)에다 물(水)을 대어 벼를 가꾸는 땅이 바로 논(畓)이다. 한 해 풍작과 흉작은 물을 관리하는 일에 달렸다.

곡식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지만 때에 맞춰 논에 물을 대었다가 떼는 것을 반복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물이 넘치진 않을까 가물지는 않으려나… 흙을 담은 비료 포대부터 나무판자, 철판까지. 논마다 물꼬에는 농부가 고민한 흔적이 묻어있다.

물막이 도구의 차이가 있을 뿐 그저 ‘자주 나가 보며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있는 ‘자동 물꼬 시스템’은 농부의 이런 걱정과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벼가 자라는 시기에 맞춰 센서를 통해 물 높이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물꼬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수위를 조절해주는 기술이다.

이삭이 달릴 때까지 논물 높이를 유지하고, 이삭이 여무는 사이에는 물을 사흘간 댔다가 이틀은 떼는 식이다. 매일같이 노심초사 논물을 관찰하러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자동 물꼬는 논이 집에서 멀거나 여러 곳에 있어 물 관리하기 부담스러운 농가에서 더욱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자동 물꼬를 활용해서 논물을 얕게 대거나 뗐다가 다시 대는 걸 반복하면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든다. 산소가 공급되며 땅이 숨 쉴 여유가 생기는 덕이다.

논에 물이 계속 차 있으면 땅속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하는데, 물을 떼는 기간이 늘어나면 배출량이 감소한다. 최근에는 자동 물꼬 보급형 시제품이 완성돼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아직은 단가, 내구성 등 보완해야 할 점도 있지만 산학협력으로 민간의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해서 완성도를 계속 높여 나갈 예정이다.

한국인의 땀과 정성이 서려 있는 쌀. 이제는 획기적으로 수확량을 늘리기보다 품은 줄이면서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더 고민하는 시대다.

쌀농사에 각별한 정성과 땀을 쏟아온 우리 농민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자동 물꼬 시스템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농업에 또 하나의 새로운 ‘물꼬’가 지금 막 트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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