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물러설 곳 없어...미, MD시스템 배치, 지켜보지만 않을 것"
러,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 재배치 가능성...푸틴, 외교적 해결 여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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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러 국방부 확대 간부회의 연설에서 “서방 동료들의 명백히 공격적인 노선이 지속될 경우 우리는 적절한 군사·기술적 대응 조치를 취하고, 비우호적 조치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자국 안보와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을 할 충분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면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미국은 러시아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가 그냥 멍하게 지켜볼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요소들이 러시아 인근으로 전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루마니아에 이미 배치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될 예정인,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은 토마호크 공격미사일 시스템에 맞게 변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이 (군사) 인프라가 러시아 쪽으로 더 이동하고,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 나타나면 이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비행하는 시간은 7~10분으로 줄어들 것이고, 만일 극초음속 미사일이 배치되면 5분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안전보장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응 조치에 성격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언급은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 외무차관이 러시아가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재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러시아가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면 미국 및 나토와 러시아는 냉전 붕괴 이후 가장 심각한 군사적 대치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군사 옵션이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미국의 구속력 있는 안보 보장을 촉구했다.
그는 “무력 충돌과 유혈 사태는 절대 우리의 선택이 아니고, 그러한 전개 국면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문제들을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겐 장기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면서도 “어떠한 법적 보장도 믿을 건 못 된다. 왜냐하면 미국은 여러 이유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국제조약에서 손쉽게 탈퇴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러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알렸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는 러시아가 지난 15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측에 제시한 러·미 간 안전보장 조약 초안과 러·나토 회원국 간 안전보장 조치 협정 초안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AP는 전했다.
이 초안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 금지, 우크라 및 인접 지역에 대한 나토의 무기 배치 금지, 그리고 동구에서의 군 철수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 초안이 ‘최후통첩’이 아니라며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