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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훈련 시작···“김여정 비난 담화에도 해빙 흐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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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종 기자

승인 : 2021. 08. 10. 14:31

국방부 "코로나19 상황, 전작권 전환, 한반도 평화 위한 외교적 노력 등 고려애 동맹 차원에서 결정"
김용현 교수 "김 부부장 담화에 정제된 어휘 사용···통신선 복원으로 만들어진 일련의 흐름 유지 의지"
마주 선 남북
한·미 군사당국이 사실상 연합 군사 훈련을 시작한 10일 합참은 “북한군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더다. 사진은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군초소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한·미 군사 당국이 10일 사실상 연합 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예상대로 북한의 반발이 나왔다. 다만 북한이 과거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것에 비해 상당히 순화 또는 정제된 어휘를 쓴 것을 두고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 또는 북·미 관계 개선의 끊은 완전히 놓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한 시험통화와 국제상선공통망을 이용한 남북 함정간 핫라인 통신에 응한 것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 군사당국은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후반기 연합 지휘소 훈련의 사전훈련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진행한다. 이어 16일부터 26일까지는 후반기 연합 지휘소 훈련(CCPT)이 예정돼 있다. 두 훈련 모두 참가하는 증원전력 규모는 예전 훈련에 비해 대폭 줄어 든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연합 훈련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는 한국 합참 주도의 CMST와 한미연합사 주도의 공식 연합 훈련인 CCPT가 이어지는 만큼 사실상 한·미 연합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김여정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

이에 북한은 이날 오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반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내외의 한결같은 규탄과 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하였다”며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부장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은 우리 국가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가장 집중적인 표현이며 우리 인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조선반도의 정세를 보다 위태롭게 만드는 결코 환영 받을 수 없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측의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부부장은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며 성명이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임을 감추지 않았다.

◇국방부 “훈련은 한·미 양국이 동맹 차원에서 결정”

국방부는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공식 반응은 삼간 채 훈련은 한·미 양국이 동맹 차원에서 결정한다는 기본입장을 되풀이 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며 “그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이번 연합훈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연합 방위태세 유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양국이 동맹 차원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며 “현재 시기,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부 대변인은 “한·미는 현재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라서 긴밀한 공조하에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 군은 코로나19 상황 등 제반여건을 고려해서 미래연합사의 완전작전능력(FOC) 검증평가를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 대변인은 “오늘 오전 9시 군 통신선 및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한 남북간 시험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훈련 시작에 따른 군사적 도발 가능성 등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 “현재 특별히 설명할 북한군 특이동향은 없다”며 “한·미 군사 당국은 긴밀한 공조 아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北 정제된 어휘 사용…일련의 흐름 유지 의지” 분석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오늘 김 부부장의 담화를 보면 예전의 담화에서 사용했던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이 사라진 대신 상당히 정제된 어휘가 사용됐다”며 “남북 정상간 친서교환 이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로 만들어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대한 일련의 흐름들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의 이런 태도는 앞으로 남북간 대화나 북·미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 역시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상당히 정제된 표현을 쓴 것으로 북한의 상황이나 입장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만약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의 중단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먼저 한·미와의 고위급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과 한·미 연합 훈련의 중단 교환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 연합 훈련 기간에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훈련이 종료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갑자기 유화정책으로 전환했다”며 “김 부부장의 이번 메시지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참가병력 축소는 코로나 방역·청해부대 집단감염 고려

한편 이번 훈련에 투입되는 증원병력이 대폭 줄어든 것은 방역당국이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켜달라는 요청과 청해부대 집단 감염사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조치를 한·미 연합 훈련에도 적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 이뤄지는 지휘소 내부에서도 인원 간 2m 거리 두기를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한·미 군사 당국이 이 같은 질병관리청의 요청을 일정부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이번 한·미 연합 훈련 참가 인원 축소에는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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