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부패한 고위 관료)든 파리(하위 관료)든 다 때려잡는 이른바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중국의 사정을 총 책임지고 있는 왕치산(王岐山·67)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요즘 뿔이 단단히 났다. 당과 국가의 운명을 걸고 진행하는 사정 작업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으나 상당수의 당정 간부들이 겸직을 통해 알게 모르게 편법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분기탱천했다. 당장 겸직을 금하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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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간부들의 겸직 금지를 지시한 왕치산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중국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당정 간부들의 겸직은 주로 예술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미술, 서예 분야의 협회나 단체의 회장, 사무총장, 이사 등의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 자리에 있으면 짭짤하게 돈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에서는 사실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좋다. 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주위의 가족이나 친지 한, 두 명 정도를 재벌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실제로 최근 낙마한 당정 고위층들을 보면 하나 같이 가족이나 친지를 이용, 축재를 했다. 청백리를 바보 정도로 취급하는 인식이 중국에 만연한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관직을 일컬어 페이췌(肥缺), 즉 살이 찌는 자리라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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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직 금지를 주창하는 중국 당국의 조치를 지지하는만평./제공=환추스바오.
이러니 미술, 서예 분야의 협회나 단체에서 페이췌에 앉아 있는 관리들을 겸직 간부로 영입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영입만 했다 하면 당장 그림이나 글씨 값이 몇 배나 뛰니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겸직 관리 역시 가만히 앉아서 짭짤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는 다른 문화 분야나 스포츠 분야의 협회와 단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왕 서기가 진두지휘하는 중국 사정 당국은 앞으로도 중단 없는 부패와의 전쟁을 벌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또 곳곳에 숨어 있는 빈틈도 찾아 하나하나 매워나갈 것이 확실하다. 당정 간부들에 대한 왕 서기의 겸직 금지 엄명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나온 고육책이 아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