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멕시코, 내년부터 한국 등 FTA 미체결국에 관세…최대 50%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31010015950

글자크기

닫기

남미경 기자

승인 : 2025. 12. 31. 09:36

1463개 대상품목 관보 게시…외국기업 투자 유도
전문가들 "관세 인상, 중국 겨냥한 조치" 해석
화면 캡처 2025-12-31 090731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P 연합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자동차·기계 부품 등 이른바 '전략 품목' 수입 관세를 새해부터 인상한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지 언론 매체들에 따르면 멕시코 대통령실은 30일(현지시간) 품목별 관세율을 조정한 일반수출입세법(LIGIE)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새 관세 체계는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인상 대상은 신발, 섬유·의류, 철강, 자동차 및 관련 부품 등 멕시코 정부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 1463개 품목이다. 관세율은 대부분 5∼35% 수준이며, 일부 철강 제품에는 최대 50%의 관세가 적용된다.

관세 부과 대상국은 멕시코와 FTA를 맺지 않은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아랍에미리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포함됐다. 반면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등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관세 인상의 목적이 국내 산업 보호와 일자리 유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약 35만 개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라며 "무역 왜곡을 시정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제시한 '멕시코 계획(Plan Mexico)'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 계획은 핵심 생산망에서 국산 부품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고, '멕시코 생산(Hecho en Mexico)'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멕시코의 관세 인상은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멕시코는 수출의 8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유지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USMCA 재협상 또는 탈퇴 가능성을 언급해온 만큼, 멕시코로서는 중국산 제품 유입을 제한해 미국과의 마찰을 줄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멕시코는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11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멕시코 정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관세 인상이 중국을 가장 크게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는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산업별 진흥 프로그램(PROSEC)과 마킬라도라 수출 촉진 제도(IMMEX)에 따른 관세 면제 혜택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통관 과정에서의 추가 부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보호무역적 성격이 짙다며 시정을 촉구했고, 인도는 멕시코와의 특혜무역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과 주요 교역국과의 관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남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