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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베네수엘라산 석유 ‘검역’ 집행에 군사역량 집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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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25. 15:42

당분간 군사 대신 경제 압박에 방점…베네수엘라 "진짜 위협은 미국"
USA-CARIBBEAN/MILITARY BUILDUP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미 해병대 AV-8B 해리어 II 전투기가 푸에르토리코 세이바에 있는 옛 루스벨트 로즈 해군기지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이 향후 최소 두 달 동안 미국 군사 역량을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대한 이른바 '검역(quarantine)' 조치 집행에 사실상 집중하도록 지시했다고 미 정부 당국자가 24일(현지시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군사 옵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 백악관은 제재 집행을 통한 경제적 압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베네수엘라 정책 목표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적으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퇴진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두로가 권력을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까지의 조치가 마두로 정권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내년 1월 말까지 미국에 의미 있는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으로 마약을 대량 유입시키고 있다고 비난해 왔으며, 미 행정부는 최근 몇 달간 남미 출발 선박을 공격하면서 마약 운송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를 두고 여러 국가가 초법적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 마약 시설에 대한 폭격 가능성도 언급했으며, 중앙정보국(CIA)을 통한 대(對)카라카스 비밀 작전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들어 미 해안경비대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 2척을 나포했다. 앞서 로이터는 해안경비대가 제재 대상 선박 '벨라-1' 나포를 시도했으며, 병력을 보강한 뒤 나포 작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무엘 몬카다 유엔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는 "위협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고 반박했다.

현재 미군은 카리브해에 1만5000명이 넘는 병력을 전개하고 있으며, 항공모함 1척과 다른 군함 11척, F-35 전투기 10여 대 이상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전날 유엔에 베네수엘라 제재를 최대한도로 집행해 마두로 정권의 재정 기반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드나드는 제재 대상 유조선을 전면 '봉쇄(blockade)'하라고 지시했지만, 백악관 관리가 대신 검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 정부가 군사적 격화를 피하고자 선택했던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 밑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2002년 인터뷰에서 "우리는 봉쇄라는 말이 전쟁을 의미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그것을 '검역'이라고 불렀다"고 회고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같은 봉쇄 조치가 국제법상 "불법적 무력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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