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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 휴전 협상 착수… 泰 총리는 ‘안보’ 내세워 총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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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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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간의 유혈 충돌로 8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간) 태국과 캄보디아 군 당국이 무력 충돌 중단 및 휴전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주 앉았다/캄보디아 정부 홍보국 페이스북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16일째 이어진 무력 충돌로 최소 86명이 사망하고 65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하는 등 인도적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양국 군 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시작했다. 한편, 태국은 이번 안보 위기를 계기로 민족주의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내년 2월 8일 조기 총선을 확정하며 '전시(戰時)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양국 군 고위 대표단은 전날 국경 검문소에서 만나 정전 협상 재개를 위한 '일반국경위원회(GBC)' 회담에 착수했다. 태국 국방부 수라산 콩시리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3일간 진행되며, 합의가 도출될 경우 오는 27일 국방장관 회담으로 격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은 시작됐지만 현장 상황은 여전히 참혹하다. 캄보디아 당국은 최근 충돌로 자국 민간인 21명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태국 측 역시 65명의 사망자와 15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징후다. 캄보디아는 태국 전투기가 국경 반테아이 민체이주에 폭격을 가했다고 비난했고, 태국은 캄보디아군이 민간 거주구역에 포격을 퍼부어 대응 사격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체결됐던 평화 협정의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맺어진 이 협정은 양측의 병력 철수와 지뢰 제거를 약속했으나, 최근 충돌로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상태다.

국경의 긴장은 태국 내부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과도 총리는 이날 소속 정당인 품짜이타이당의 총리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년 2월 8일 치러질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아누틴 총리의 이번 행보는 국경 분쟁으로 고조된 민족주의를 선거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그의 당 지지율은 9.92%로 4위에 머물러 있지만, '전시 리더십'을 부각해 30%가 넘는 부동층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태국 전 정권의 붕괴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국경 분쟁 당시 패통탄 친나왓 전 총리가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와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파문으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 틈을 타 집권한 아누틴 총리에게 대캄보디아 강경 대응은 정권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는 핵심 카드다.

아누틴 총리는 "이번 선거는 가장 중대한 투표가 될 것"이라며 재무·외교 등 현 내각의 핵심 인물들을 유임시켜 국정 연속성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확실한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아 정국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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