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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우린 준비됐다”, 트럼프 ‘황금함대’ 구상에 ‘실행 전략’으로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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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25. 12:00

미 해군 제독 출신 앤더슨 한화 사장 "핵잠수함 건조 준비돼"
버지니아급 설계 기반 '신속 생산' 해법 제시
'메이드 인 USA'의 혈관 'K-조선'
한화필리, 상선+군선 '듀얼 유즈' 조선소로의 대전환
한화필리
22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한화가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연 미디어데이는 단순한 현장 공개를 넘어, 미국 조선업 재건과 해군 전력 회복이라는 국가 전략이 실제 실행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은 상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하루 평균 4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했다"며 "그 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구호로 제시된 이 목표가 현실성을 얻는 지점에서, 한화필리조선소는 정책이 구현되는 현장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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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로이터·연합
US-POLITICS-TRUMP-NAVY-WARSHI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트럼프급 군함 '도전(Defiant·반항)' 이미지./AFP·연합
◇ 한화 "핵추진 잠수함 건조 준비돼 있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화필리조선소의 잠재력을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역량으로 규정했다. 미국 해군 소장 출신으로 군 함정 프로그램을 총괄했던 그의 발언이기에 무게감이 남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는 '황금함대'는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핵무기 탑재 가능 플랫폼과 대형 함정의 집합체다. 이 구상은 이러한 전략적 배경과 함께 '미국 내 생산능력 회복'을 정치 의제로 끌어올린 조치로 해석된다. 앤더슨 사장은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프리깃함 같은 단일 프로그램의 협력 파트너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해군의 주력인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핵심 대상으로 삼았다.

앤더슨 사장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 트럼프의 '황금함대' 구상과 한화의 '해법'...전함·항모·잠수함 확대 구상에 맞춘 '한화필리의 역할'

앤더슨 사장은 "한화필리조선소는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특정 국가나 특정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핵추진잠수함이라는 유형 전반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재건'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 메시지다.

현재 미국 해군은 연간 2척의 잠수함 생산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2척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앤더슨 사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검증된 설계 기반의 신속 생산'을 제안했다. 처음부터 설계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20척 이상 건조된 버지니아급의 설계를 활용해 한국 조선업 특유의 공기 단축 노하우를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구호인 '황금함대'가 앤더슨 사장의 입을 통해 '생산 효율 극대화'라는 실무적 해법으로 번역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한화 측은 이 발언의 전제를 분명히 했다. 한화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해군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건조한다는 역할 분담이 기본이다.

한화필리
22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한화필리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의 4번 도크에서 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 "학습 곡선은 있지만, 단축할 수 있다"

앤더슨 사장은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난이도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인력 확충, 한국 숙련공 파견, 버지니아급 잠수함 경험자 채용, 그리고 미 해군 원자로국과의 협력이 그것이다.

그는 "미국은 75년간 핵추진 시스템을 안전하게 운용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추진잠수함 생산의 핵심인 안전·통제·규정 영역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표준을 따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화필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가 있는 '네이비 야드'에 정박돼 있는 미국 해군 선박들 모습으로 22일(현지시간) 찍은 사진./(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 "핵물질, 미국 정부 제공"…안전·확산 우려에 선 긋기

핵추진잠수함 협력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인 핵물질 관리 문제와 관련해 앤더슨 사장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원자로 구획은 미국 정부가 제공한다"며 "핵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엄격한 통제와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필리조선소 역시 다른 핵추진잠수함 건조 조선소들과 동일한 기준과 규정을 준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핵물질의 소유·공급·통제 권한이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고, 협력이 국제 규범과 핵확산금지체제(NPT)를 벗어나지 않는 틀 안에서 이뤄질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화필리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오른쪽부터)·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 소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 "타임라인, 정부에 달렸다…하지만 한화는 즉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현장에서 가장 집중된 질문은 '언제 가능한가'였다. 도크·인력·라이선스·규제라는 현실적 문턱에 대해 앤더슨 사장은 타임라인을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한화의 속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양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한화는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잠수함 생산의 긴급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지금 당장 필요한 함정"이라는 표현과 궤를 같이한다. 정치적 신호를 즉시 실행 가능한 산업 언어로 옮긴 답변이었다.

◇ '메이드 인 USA'의 '혈관', 한국 공급망...잠수함 생산 병목을 푸는 '한국 조선업 공급망' 활용

미국 해군이 직면한 큰 병목 중 하나는 잠수함 생산 일정 지연이다. 이 문제의식은 한화의 공급망 전략과 직결된다. 앤더슨 사장은 "미국 해군을 위해 건조되는 잠수함의 생산 일정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조선소의 강력한 공급망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내 건조'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단축과 생산 안정화를 위해 한국의 기자재·협력업체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메이드 인 USA'의 혈관이 한국 조선업 공급망인 셈이다.

조종우 한화필리조선소 소장은 "미국 내 함정 건조가 본격화되면 한국 조선산업의 협력업체와 기자재 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돼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조선소 프로젝트는 한화 단일 기업의 확장이 아니라, 한·미 조선·방산 협력이 공급망 단위로 재구성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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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노동자들이 22일(현지시간)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 한국형 핵잠 설계 방향, 버지니아급 중심 협력 가능성 '시사'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대·강화하려는 과정에서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향후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역시 독자 설계보다는 버지니아급을 축으로 한 협력·확장 모델이 유력한 선택지로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지니아급은 현재 미국 해군의 표준 공격형 핵추진잠수함으로 운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2021년 9월 출범한 미국·영국·호주의 안전보장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가 호주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에도 적용되고 있는 검증된 설계다.

웡 CSO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지냈고, 2기 행정부에서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부보좌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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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필라델피아)하만주 특파원
◇ 한화필리, 상선+군선 '듀얼 유즈(Dual-Use)' 조선소로의 대전환...도크 재가동·군함 건조 허가

필리조선소가 단기간에 '정책의 현장'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한화 인수 1년 만에 설정된 운영 전략의 전환이 있다. 한화는 스마트 야드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기존 대비 200~300% 끌어올렸다. 용접 로봇 '인디(Indy)'와 실시간 물류 추적 시스템은 과거 낡았던 필리조선소를 첨단 기술의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핵심은 '듀얼 유즈' 전략이다. 그는 상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 해군 함정 건조에 필요한 라이선스·인허가 절차를 병행하면서 군용 선박 건조 역량까지 갖추는 하이브리드 조선소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도크 5번을 2028년에 재가동하고, 향후 인근 도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조종우 소장은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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