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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넘어 경영 본격화” 허윤홍의 GS건설 ‘리빌딩’…실적 회복 vs 지배구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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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12. 17. 14:44

2년 전 ‘오너 4세’ 허윤홍 대표 취임
‘자이’ 리브랜딩·CS 조직 신설 등…“책임 경영 강화”
올해 3분기 ‘9조 매출’ 유지 속 영업이익도 증가세
이사회 7명 중 3명 ‘오너 가문’…구조 개선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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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창립된 LG그룹은 2004년 LG와 GS로 계열 분리를 단행하며 주요 계열사 간 역할 재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GS그룹의 건설·인프라 사업을 담당하게 된 GS건설은 GS칼텍스, GS리테일 등 주요 계열사와 달리 지주사 GS가 직접 지배하지 않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다만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 친인척이 20%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형식상 독립 경영 체제이면서도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독특한 지배구조로 평가된다.

이 같은 구조는 지난 2023년 사고 이후 같은 해 11월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대표이사에 오른 허윤홍 GS건설 대표의 경영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허창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오너 4세' 허 대표가 20여 년간의 현장·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사업과 신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최근에는 실적 회복과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실적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 성과가 뒷받침될 경우 오너경영에 대한 평가 역시 지배구조 이슈를 넘어 경영 성과 중심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17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GS그룹 내 90여 개 계열사 가운데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글로벌 △GS건설 등 주요 계열사 중 지주사 GS의 지분율이 0%인 곳은 GS건설이 유일하다. 다만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GS건설 지분 5.9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허 명예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남촌재단(1.40%)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7%를 넘는다. 허 명예회장 친인척으로 구성된 특수관계인 16명의 지분율 합계는 23.64%다.

반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64.20%로 이를 크게 웃돈다. 국민연금공단(6.93%) 등 기관투자자 지분도 적지 않다. 오너 중심 구조이면서도 개인·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 지배구조라는 평가가 공존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23년 11월 허윤홍 대표의 부임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주춤했던 GS건설에 오너 일가 출신 인사가 책임경영을 목적으로 대표이사에 올랐기 때문이다.

취임 2년을 넘긴 현재, 업계에서는 허 대표의 경영 성과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GS건설은 지난해 22년 만에 주택 브랜드 '자이(Xi)' 리브랜딩을 단행하고, 브랜드·고객서비스(CS) 전담 조직을 신설해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그 결과 브랜드 및 건설사 신뢰 회복 지표로 평가받는 도시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빠르게 회복됐다. 허 대표 취임 첫해인 2024년 3조1098억원이던 도시정비 수주액은 올해 들어 5조4183억원으로 늘었고, 연내 서울 '성북 1구역 재개발'(약 7000억원) 수주에 성공할 경우 6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이는 GS건설이 2022년 기록한 7조1476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수익성 개선 흐름도 뚜렷하다. GS건설의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률은 4.03%로 전년 동기(2.60%) 대비 1.43%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은 9조4670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2458억원에서 3810억원으로 약 55% 증가했다.

내년에는 허 대표식 경영 색채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GS그룹 임원 인사에서 허진홍 GS건설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의 둘째 아들이자 허윤홍 대표의 사촌 동생이다. 현재 최고데이터책임자(CDO)이자 신사업실을 이끌고 있는 만큼, 허 대표가 추진 중인 신사업 확대 전략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책임경영이 본격화될수록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를 함께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개인·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 사업 구조 개편이나 투자 판단이 오너 일가 중심으로 비칠 경우, 시장의 평가가 엇갈릴 수 있어서다. 실제 GS건설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에는 허창수 명예회장과 허윤홍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에는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 등 오너 일가 3명이 이사회에 포함돼 있다.

아울러 지난달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2025년 지배구조 평가'에서 GS건설은 'B+' 등급을 받았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경쟁사들이 'A' 등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한 ESG 전문가는 "GS건설은 중장기 배당정책을 수립·공시하는 등 제도적 틀은 마련했지만, 실제 배당 이행 수준, 주주환원 수단 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기반사업 경쟁력 제고와 미래지향적 신사업 발굴, 자이 리브랜딩,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 판단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인사·투자 등 주요 사안은 내부 기준에 따라 이사회 및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내부통제와 책임경영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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