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소진으로 비관세 차량 거의 없어
日, 15% 관세 적용으로 경쟁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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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현지 자동차 재고 물량에 대해 "현대차·기아는 관세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올 3월께 미국 내 3~4개월 이상의 판매 재고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1~2개월분까지 감소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현지 재고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판매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그러나 관세 협상이 5개월 가까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면서 비(非)관세 재고는 사실상 거의 소진됐고, 지금은 25% 관세를 물린 차량들과 혼재된 상태로 알려졌다. 협상이 더 늦어질 경우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거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산업 동향'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지난달 한국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한 55억 달러로, 역대 8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북미 지역은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7.4% 줄었으며, 특히 미국 수출액은 20억9700만달러로 15.2% 감소해 관세 여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관세 여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날부터 일본산 자동차는 15%의 낮아진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현대차·기아는 일본차보다 약 5% 저렴한 가격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지만, 세부 협상 지연 속에 25% 관세가 지속됨에 따라 가격 인상까지 겹친다면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가운데 싼타페 하이브리드만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주요 모델은 한국 등 해외에서 수출하고 있다. 관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지난 16일부터 관세가 15%로 낮아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기아는 일본차보다 약 5% 저렴한 가격 전략으로 대응해 왔지만, 세부 협상 지연 속 가격 인상까지 겹친다면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의 가장 큰 경쟁자인 일본차는 16일부터 15% 관세만 적용돼 현대차·기아와 관세만 10%포인트 차이가 난다"며 "이는 현대차·기아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상황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협상을 이어가겠지만, 동시에 완성차와 부품업계가 버틸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