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결과 블랙홀 주변 자기장 연도별로 변화 확인
"블랙홀 부근 물질·자기장 매우 역동적 움직임 의미"
해당 분석 학술 논문 세계적 권위 학술지 A&A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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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과 경희대학교, UNIST 등을 중심으로 뭉친 연구진이 공동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을 통해 M87 은하단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년 블랙홀 주변 자기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건지평선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칠레와 스페인, 미국, 멕시코, 프랑스 등 전 세계 주요 전파망원경 10기를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구현하는 작업이다. 이 망원경으로 M87과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궁수자리·Sagittarius A)를 매년 관측하고 있다. 앞서 이 망원경을 통해 2017년 최초로 M87 블랙홀의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전파망원경도 지난해부터 이 대열에 합류했다. M87은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 근처에 있는 거대한 타원 은하로,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이 2017년과 2018년, 2021년 관측 자료의 편광을 정밀 분석한 결과 블랙홀 주변 플라즈마의 편광 회전 방향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블랙홀 부근 물질과 자기장이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특히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분석에 큰 도움이 됐다.
연구에 참여 중인 박종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편광 보정 소프트웨어인 GPCAL을 이용해 블랙홀 주변에서 오는 빛의 고유 편광 신호 측정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 논문도 이날 천문학·천체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Astronomy & Astrophysics(A&A)'에 'Horizon-scale variability of M87 from 2017~2021 EHT observations(2017~2021년 EHT 관측으로 본 M87 블랙홀 사건지평선 규모 변화)'라는 제목으로 게재된다.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를 비롯한 주요 연구를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이끌고 있고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 역시 한국이 주도하는 등 사건지평선망원경의 블랙홀 연구에서 한국은 이제 핵심 국가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과 사건지평선망원경 국제협력 프로젝트단은 2026년 세계 최초로 블랙홀의 단기간 변화를 관측해 동영상화하는 작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에는 천문연이 운영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orean VLBI Network, KVN)도 참여한다. 블랙홀 이미지는 연간 1장 수준으로 포착했지만 다음 작업에는 3개월간 집중 관측을 통해 2주당 1장 수준으로 포착할 예정이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이번 성과는 블랙홀이라는 우주의 극한 환경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선 중요한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세계적 수준의 우주 관측연구를 통해 인류의 지식 지평을 넓히고, 대한민국이 우주과학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