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러, 드론 총력 생산체제 구축…우크라·나토 방공망에 중대 위협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5010007780

글자크기

닫기

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9. 15. 10:00

지방정부·민간 기업은 물론 직업훈련소도 동원
올들어 드론 3만4000여 대 투입 최대 규모 공습
전자전 저항 능력 강화 등 질적 향상도 뚜렷
UKRAINE-RUSSIA-CONFLICT-WAR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도네츠크주에서 개들이 불탄 차량 옆과 파손된 민가 옆에 서 있다./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드론 생산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3년 전 이란산 자폭 드론을 처음 전장에 투입했던 러시아는 이제 연간 수만 대를 자체 생산하며 전쟁 양상을 바꾸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전황뿐 아니라 유럽 안보 지형에도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다.

이달 초 러시아는 하룻밤 새 810대의 공격 드론과 미끼 드론을 우크라이나 상공에 투입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 가운데 92%를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63대는 방공망을 뚫고 33개 지역을 타격했다. 병원, 학교, 아파트, 공원 등 민간 지역도 피해를 봤다.

NYT가 우크라이나 공군 발표를 토대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들어 지금까지 3만4000대 이상의 드론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배 증가한 수치다. 우크라이나가 밝힌 격추율은 2024년 93%에서 올해 88%로 떨어졌다.

이 같은 폭증은 러시아가 사실상 국가 전체를 동원해 '드론 생산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드론을 전쟁 수행의 전략적 자산으로 규정하며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현재 러시아 내 두 개 주요 시설에서 이란의 '샤헤드( Shahed-136)'형 드론을 본뜬 자폭 드론이 조립되고 있으며, 여기에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은 물론 학교와 직업훈련소까지 동원됐다. 학생, 외국인 노동자까지 제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참가한 거의 모든 지역이 드론 생산 실적이나 신형 모델을 전시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사실상 '드론 생산 경쟁'을 독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연간 약 3만 대 규모를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분석한다. 일부는 2026년에는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설계·기술을 이전받았고, 중국으로부터 핵심 부품과 전자장비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적 팽창에 더해 질적 향상도 뚜렷하다. 초기 모델보다 유도 장치가 정밀해지고 전자전 저항 능력이 강화됐으며, 특수 목적 탄두가 장착된 변형형까지 등장했다.

전술 또한 변화했다. 비행 경로를 복잡하게 설계해 방공망을 분산시키는가 하면, 합성목재·발포재로 만든 미끼 드론을 대량 투하한다. 겉모습이 실제 드론과 구분이 어렵고 일부에는 소형 폭약까지 실려 있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독일 등이 제공한 패트리엇, 아이리스-T 등 첨단 방공체계로 수도 키이우와 주요 도시, 원자력 발전소 같은 핵심 인프라를 우선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픽업트럭에 기관총을 실은 기동대가 하늘을 향해 드론을 사격하거나, 전파 교란 장비를 통해 드론을 무력화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값싼 요격 드론을 레이더와 결합해 활용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수량이 부족하다.

전황도 변하고 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드론 개조와 자체 기술로 러시아보다 우위를 점했으나, 최근 몇 달 사이 그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는 전파 교란을 피하기 위해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된 드론을 도입했고, '루비콘(Rubicon)'이라는 정예 드론 부대를 신설했다. 더 나아가 드론만을 운용하는 '드론군(Drone Forces)' 창설을 추진 중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인력과 장비 열세를 드론 우위로 보완해 왔는데, 최근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드론 전력을 강화하면서 그 우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드론 전술은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영공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주 폴란드 정부는 최소 19대의 러시아 드론이 자국 영공에 침투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국방부도 전투기 2대가 자국 상공에서 러시아 드론 1대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 지역까지 압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러시아가 한 차례 공세에서 수천 대 규모의 드론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도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