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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디아리오 등 중남미 언론은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법무부가 공인한 단체 국제이민관측소(Obmigra) 보고서를 인용, 브라질 로라이마주(州)에 거주 중인 이민자와 난민이 18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지리통계원(IBGE·통계청)이 집계한 로라이마 인구는 2022년 기준으로 63만6700명이었다. 로라이마 인구 4명 중 1명은 이민자나 난민 등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로라이마에 거주하는 외국인 대부분은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의 급증은 교도소 인구를 봐도 확인된다. 각종 범죄로 로라이마 교도소에 수감된 베네수엘라 출신 외국인은 2018년 77명에서 올해 414명으로 538% 증가했다.
브라질 북동부에 위치한 로라이마는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브라질 정착을 원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에겐 관문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로라이마를 통해 브라질에 들어선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브라질에 정착하거나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3국으로 다시 이민길에 오르기도 한다.
로라이마를 통해 브라질에 들어선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일자리도 풍부한 남부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경우도 많다. 브라질 남부의 외국인노동자가 2022년 7만3900명, 2023년 8만1500명, 2024년 8만7500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브라질 남부에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은 특히 가금류나 돼지 등을 도축하는 축산시설 취업을 선호한다고 한다.
유엔 등 200여개 국제단체가 만든 난민 플랫폼 R4V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중남미국가는 1위 콜롬비아 280만 명, 2위 페루 160만 명, 3위 브라질 62만6000명 등이다.
현지 언론은 "3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세 번째로 취임하면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이민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로라이마에 들어오는 베네수엘라 출신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남미를 강타한 '핑크 타이드(좌파 집권 물결)'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다 시우바 대통령이 집권 중인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에 비교적 우호적이다. 브라질 외교부는 최근 "마두로 3기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브라질-베네수엘라 양국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자들에겐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을 봉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메시지다.
한편 브라질로 넘어오는 쿠바 이민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정착이나 망명신청을 목적으로 브라질에 입국한 쿠바 주민은 모두 1만9700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브라질에 정착하겠다며 영주권을 신청하거나 망명을 신청한 쿠바 이민자 수보다 3배 많은 수치다. 브라질에 거주하는 쿠바 출신은 2022년 7600명에서 지난해 1만31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바 있다.
대개의 경우 쿠바 이민자는 쿠바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수리남이나 가이아나 등으로 탈출한 후 육로로 국경을 넘어 브라질에 입국한다. 경비행기를 띄우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쿠바 탈출을 돕는 안내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지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이민의 문을 굳게 닫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보트를 이용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북미행을 위해 멕시코 등 중미로) 합법적으로 출국하는 것보다 오히려 손쉬워 브라질 이민을 원하는 쿠바 이민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