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지하철 약냉방칸 운영’ 13년 만에 원점서 재검토

기사승인 2024. 09. 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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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올해 6~8월 냉방 민원 33만2532건
교통공사 "민원 모니터링 등 통해 운영 여부 재검토"
전문가 "승객 몰리는 시간이나 구간 따라 탄력적용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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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아시아투데이DB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약냉방칸을 지금 처럼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폐지할 것인지를 재검토한다. 지난 2011년 약냉방칸 운영을 재개한 지 13년 만이다.

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여름 예년에 없던 폭염이 계속되어 지하철 약냉방칸이 덥다는 민원 폭주하자 약냉방칸 운영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사는 지하철 이용시민의 다양한 이용편의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05년 7월부터 약냉방칸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5월 약냉방칸에 대한 민원이 이어져 운영을 중단했으나, 다시 운영해 달라는 민원이 매년 발생하면서 2011년 8월 운영을 재개했다. 1·3·4호선은 교통약자(노약자·임산부 등)를 고려해 게이트로부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4·7번 칸에, 5·6호선은 4·5번 칸, 8호선은 3·4번 칸에서 운영 중이다. 2호선은 혼잡도가 높아 약냉방칸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약냉방칸은 일반 칸(24℃)보다 1~2℃ 높게 설정돼 있다. 1·3·4호선은 25℃, 5·6·7·8호선은 26℃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9월 초가을로 접어들어서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늦더위가 계속되면서 약냉방칸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약냉방칸이 대부분 환승과 하차에 편리한 칸에서 운영되고 있어 이용객이 집중되는 칸을 약냉방칸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양민석씨(26)는 "1분 1초를 다투는 출퇴근 시간에는 빠른 하차나 환승이 편리한 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상기후로 앞으로 더 더워질 거라고 하는데 출퇴근 시간에라도 운영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소희씨(30)는 "여름철에는 옷깃만 스쳐도 불쾌한데 다른 사람의 끈적한 팔까지 닿으니 출근길이 너무 곤욕"이라며 "땀 냄새 때문에 머리카락으로 코를 막고 있을 때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6~8월 공사에 접수된 전체 민원 40만2717건 중 열차가 덥다는 민원은 33만2532건으로 82.6%를 차지했다. 특히 냉방 관련 민원은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10시, 오후 6~8시에 집중됐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올여름은 특히 더워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며 "아직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 민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약냉방칸 운영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약냉방칸 운영이 불필요하다면서도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이나 구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칸에 냉방을 더해야 하는데 현재는 반대로 혼잡도가 높은 칸이 약냉방칸인 경우가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 시 온도조절이 제한적인 건 보편적으로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선호도를 맞추기 위해 약냉방칸을 운영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는 추우면 기사님께 바로 말씀 드려 온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지하철은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바로 적용하기 힘들다"며 "시민들의 서비스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시간·차량별로 밀집도 등을 조사해 시간 단위로 운영한다든지 밀집도가 높은 칸은 냉방을 강하게 한다든지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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