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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SK온, 배터리 교체 사업 주춤한 까닭은···“규제 장벽 때문”

[마켓파워] SK온, 배터리 교체 사업 주춤한 까닭은···“규제 장벽 때문”

기사승인 2023. 0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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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그래픽 수정
2021년 중국 기업에 거액을 투자하며 선제적으로 배터리 교체 사업에 뛰어들었던 SK온이 국내 배터리 구독·교체 사업에서는 주춤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현행 법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반을 닦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SK온 측의 설명이다. SK온은 '배터리 진단' 부문을,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륜차 배터리 교체 등 사업을 진행하며 다가올 배터리 구독·교체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22일 SK온 관계자에 따르면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교체와 관련된 국내 사업을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2021년 1월 베이징 자동차 산하의 '블루파크 스마트 에너지(Bluepark Smart Energy)'에 13.3%의 지분 투자를 단행, 선제적으로 배터리 교체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투자했던 금액은 우리돈 106억원에 달한다.

SK온이 배터리 교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규제 장벽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국토교통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제처가 '자동차등록령'상 자동차 등록원부에 자동차 외에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해 따로 등록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면서 규제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쉽게 말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소유권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후 국토부는 자동차 등록원부가 아닌 양도증명서에 배터리 소유 사실을 적도록 시행규칙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업계에서 배터리 구독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국 자동차 해체 재활용 협회 등 이해관계가 있는 업계의 반발도 난관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SK온의 실적과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배터리 교체 사업 추진이 더뎌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터리 교체 사업에는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김희영 연구위원은 "교환소 건설과 배터리 교체를 위한 자동화 설비 구축, 운영에 대한 비용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유소처럼 배터리 교체를 위한 전용 공간을 도시 곳곳에 만들어야 하고, 관련 설비와 실무·안전 관련 인력 등을 배치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SK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727억원으로, 적자규모가 전년도보다 245.8% 이상 커졌다. 당기순손실 역시 전년도보다 적자가 345.6% 불어나 1조641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재무도 불안하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조535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16.29% 증가했지만,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 규모는 915% 이상 늘어난 5조7038억원에 달한다. 특히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인 잉여현금흐름(FCF)은 같은 기간 315.7% 줄어 -6조9667억원을 보였다. SK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업 본격화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합작사(JV)를 통한 파트너사와의 분담·프리IPO·투자 국가의 인센티브와 정책금융·국내외 공적 수출 신용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SK온이 배터리 교체·구독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동섭 대표가 2021년 배터리 교체 사업 투자 당시 "교환식 배터리 운영 기술을 결합한 BaaS 사업모델을 통해 미래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실무진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K온 측은 "BaaS 사업의 핵심을 '배터리 생애주기상 사용 가치 제고'로 정의하고, 미래 시장 변화에 대비한 전략을 치밀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BaaS는 '서비스로서의 배터리(Battery as a Service)'의 영문 약자로, 교체·구독·진단 등 생애주기별로 배터리를 관리하는 사업을 말한다.

SK온은 실제로 배터리 교체·구독 시장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배터리 진단 서비스 'BaaS AI'를 자체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를 교체·구독하기 위해서는 어떤 배터리에 어느 정도의 용량이 남아 있고, 잔존 가치는 얼마인지 정확히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SK온의 설명이다. SK온은 현재 SK렌터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사용환경, 운전 습관 등에 따른 배터리 상태 변화를 연구 중이다. SK온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데이터 분석 기술과 제반 시스템 등을 고도화해 시장을 선점, 향후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SK온 외에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교체 사업 밑 준비에 힘쓰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2021년 하반기부터 전기 스쿠터 배터리 충전·교환 스테이션(BSS)인 '디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6월 전기차·이륜차 배터리 교환업 상표권을 출원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사내독립기업(CIC) '쿠루'를 출범시켜 배터리팩 교환 서비스(BSS)에 뛰어들었다. '쿠루'는 BSS 전용 배터리팩과 스테이션 개발을 우선 추진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배터리 구독·교체 관련 시범 사업들이 진행 중"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자체적으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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