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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K-문학의 세계화

[이효성 칼럼] K-문학의 세계화

기사승인 2023. 01. 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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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K-Pop으로 시작된 한류가 드라마, 영화, 한국어, 온라인 게임, 웹툰, 음식 등으로 확대되면서 이제 드디어 문학에서도 한류가 일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사실 문학은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속성이 있어서 한류 바람이 문학에서까지 일기는 쉽지 않았다. 문학은, 특히 소설은 수백 쪽의 두꺼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정도의 지적인 능력과 인내력이 함께 필요한 일이고, 그에 앞서 한국인의 정체성, 정서, 얼을 가진 누군가가 훌륭한 작품을 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어로 쓰인 국내 문학 작품들이 외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여기에는 한국 문화부가 지원하는 번역 사업이 있기도 하지만, 상업적으로 번역되어 출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대표적인 예로 영국인에 의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어로 번역되어 2016년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은 사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최근에 해외 교포에 의해 한국의 역사를 다룬 영어 소설들이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수상하고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재미 교포인 이민진의 《파친코》(2017)와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2021), 재캐나다 교포인 허주은의 《사라진 소녀들의 숲》(2021)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한국인 혼혈 작가들도 한국적인 이야기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컨대 스위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2018), 미국 동화 작가 태 켈러의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2021), 그리고 소설은 아니고 에세이지만 미국 가수 미셀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2021) 등이 있다.

이 작가들은 대체로 한국에서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다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간 경우다. 이들은 모두 현지에서 대학도 졸업하고 현지어로 작품을 썼다는 점에서 그곳 사회에 잘 적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기에 이들은 모두 한국과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고 한국의 역사와 관련된 작품으로 베스트셀러의 작가들이 된 것이다.

이들 작가들이 비록 이민 간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고 현지어로 작품을 썼지만 그들의 작품을 K-문학으로 분류해도 큰 무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 까닭은 첫째, 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고 비록 어렸을 때 이민을 갔다 하더라고 한국인 부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자란 때문이다. 둘째, 이들의 작품이 모두 한국이나 그 역사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한국인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삼고 있으며, 이들이 모두 앞으로의 작품도 한국과 그 역사를 그 배경으로 할 예정이라고 밝힌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들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까닭은 이들 작품이 모두 최근에 출간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대중문화에서 일어난 한류 바람이 이들 작품의 수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김주혜 작가는 자신이 출판사 직원으로 일한 2010년대만 해도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는 말로 이점을 암시했다. 이민진 작가는 아예 다음처럼 그 영향을 인정했다. "한국에서 온 작가, 화가, 영화감독, 배우, 가수들이 희생해 가며 한 작업들로 한류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이에 반응하는 전 세계의 또 다른 물결이 만나 시너지를 냈기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들이 쓴 소설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한류 연구가인 파르도 교수는 한류는 한 분야의 것이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선순환이 일어나는 '매직 서클(마법의 순환)'에 이르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 매직 서클이 지금 K-문학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K-문학의 세계화는 한국적인 정신과 정서의 세계화가 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을 뜻하기에 더 축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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