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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우리 제조업의 미국 투자 문제

[이효성 칼럼] 우리 제조업의 미국 투자 문제

기사승인 2022. 09.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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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사회 인프라를 잘 갖추고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연구 및 개발 그리고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저간에 우리 산업계는 그렇게 해왔다. 그래서 우리는 철강, 조선, 자동차, 가전, 석유화학,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금형, 바이오, 수소 산업, 방위 산업 등의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특히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 안보의 기반이 된 반도체 산업, 차세대의 최대 먹거리가 되어가는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업에서 한국은 세계의 선두주자다.

우리가 이렇게 제조업에서 잘나갈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산업계의 정확한 미래 예측, 그에 따른 연구 및 개발과 과감한 투자 등과 같은 고심과 노력, 행동력의 덕분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이념을 기치로 시장 경제와 자유 무역의 세계화를 추진한 미국의 세계 정책에 힘입은 바도 크다. 하지만 시장 경제와 자유 무역의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중국이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그 수혜로 국력이 커지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새로운 냉전의 서막이 오르고 세계화는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안전한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구호 아래 주요 제조업을 부흥시키려 국제 분업의 이점을 위해 해외로 흩어진 자국의 중요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동맹국이나 친(親)서방 국가들의 선진 제조업이 자국에 투자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원금, 보조금, 세금 감면 등의 상당한 당근이 따른다.

미국은 특히 한국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의 제조업체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도록 간청하고 압박했다. 그 결과 삼성, LG, SK, 현대차 등 한국의 관련 산업 주요 업체들은 천문학적인 양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이들 업체에게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고, 반도체의 원천 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고, 미국 자체의 시장도 매우 크고, 더구나 투자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재정과 편의에서 상당한 혜택이 있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어렵다. 다만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들 혜택을 국내외 기업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계를 요한다.

그런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는 한국에게는 가슴이 아린 큰 손실이기도 하다. 그렇게 투자된 돈과 그 투자가 일으키는 고용, 세금, 기술 발전, 안보 증진 등의 모든 효과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 돈들이 같은 목적으로 한국에 투자된다면 한국의 임금이나 물가가 미국보다 싸다는 점에서 훨씬 더 큰 효과를 낳을 터이니 더욱 그렇다. 즉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세금은 국가 재정에 더 큰 보탬이 되고, 신기술의 발전과 국가의 안보에도 더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로운 세계정세에 따른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보와 직결된 반도체, 특히 공정을 미세화하여 성능은 뛰어나면서 전력 소모와 발열은 줄여주는 초미세 공정의 반도체나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경우는 R&D 센터와 생산시설 등을 반드시 국내에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거나 더 벌릴 수 있도록 여러 혜택, 배려,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적어도 이들 분야에서만큼은 과감한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노동 유연화 등의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함을 뜻한다.

이와 함께 이미 해외로 나갔던 국내 첨단 산업체들의 리쇼어링을 위한 여러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한국은 잘 정비된 인프라, 발달한 제조업,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임금과 물가 덕에 투자에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외국 첨단 산업체의 국내 유치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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