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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DB하이텍, 팹리스 물적분할 해야 산다

[취재후일담] DB하이텍, 팹리스 물적분할 해야 산다

기사승인 2022. 09. 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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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일감을 맡기는 고객사들이 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인데 두 사업을 다 하는 종합반도체(IDM) 회사한테 설계도를 맡기고 싶을까요? 최대한 분리해서 멀찌감치 떨어뜨려놓는 게 이해상충 이슈를 피하는 길입니다."

반도체 학계 전문가의 목소리입니다. 종합반도체기업 DB하이텍이 파운드리 사업부와 팹리스 사업부 분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객사 신뢰를 얻고 추후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유입까지 성공시킬 수 있는 카드라서입니다.

이 고민은 어찌보면 스마트폰과 AP칩셋을 직접 만들면서도 퀄컴 등 경쟁사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칩을 위탁 생산해주는 삼성전자와 닮아있습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철학처럼 지키고 있는 TSMC의 웨이저자 CEO가 최근 "TSMC 고객은 설계를 빼앗길 걱정을 절대 할 필요가 없다"면서 삼성을 겨냥해 도발적 발언을 했습니다. 한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이 흘러나왔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내부 사업구조를 떠나, 600만에 달하는 동학개미를 떠올린다면 실현이 매우 어려운 미션일 겁니다.

DB 역시 소액주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분사 방식이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 지분을 나눠갖는 인적분할이 아닌, DB하이텍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물적분할이기 때문인데요. 분사 시 존속 회사의 가치가 떨어질 거란 우려가 소액주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거죠.

오버랩 되는 회사가 있습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독립한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물적분할 이후 상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됐고 그 결과 현재 시가총액 무려 2위에 랭크 돼 있습니다. 1위는 삼성전자, 3위는 SK하이닉스입니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뚫고 분사에 성공했고 상장에 따른 자금력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객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려 대응해야 하는 배터리산업 특성상 분사와 상장이 만들어 낸 효과는 극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사했지만 주식시황 악화에 상장까지 이어지지 못한 SK온의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LG화학 주가는 LG엔솔 상장 당일 60만원5000원까지 떨어지고 이후 7월엔 40만원 아래까지 추락했지만, 다시 가치를 인정 받아 9월 13일 종가기준 66만5000원까지 회복 됐습니다.

이쯤되면 분사와 상장의 이유가 충분해 보입니다. 장기 투자 끝에 마침내 회사 매출이 연 1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도 4000억원에 육박했지만 회사는 성장을 위해 더 큰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DB하이텍 파운드리는 90나노 이상의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추격 속에 50~60나노까지 더 고급품목까지 제품군을 늘려야 하는 게 과제입니다.

반면 팹리스는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 속 성장 기대감이 커지는 영역입니다. 정부는 반도체 설계 아카데미를 늘리면서 인력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고 삼성·SK 같은 파운드리 중심 대기업들은 다양한 팹리스 회사와의 협업으로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DB하이텍은 최근 삼성의 반도체 설계사업을 하는 시스템LSI에서 30여년을 재직한 임원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좋은 기회가 움트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DB하이텍의 최대주주인 DB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도 DB하이텍 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주라면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분사, 이어지는 상장까지의 지지는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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