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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만에 4대금융주 시총 4조5천억 증발…윤석열·이복현 금리 압박에 주주들 분노

나흘만에 4대금융주 시총 4조5천억 증발…윤석열·이복현 금리 압박에 주주들 분노

기사승인 2022. 06.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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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시총 20조선 무너지는 등
정부 금리 인하 압박에 주가 휘청
중간 배당 시행 등 투자자 유인에도
정부 개입 우려에 외인 팔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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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4대 금융그룹의 시가총액이 나흘 만에 4조5000억원 증발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 등으로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금융그룹 주가가 코스피 하락에 비해 더욱 크게 떨어졌다.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주가가 출렁거린 셈이다. 금융대장주 KB금융그룹의 시가총액 20조원이 무너졌고, 어렵게 올라섰던 우리금융그룹의 시총 10조원도 깨졌다.

금융그룹은 2분기 결산을 앞두고 중간·분기배당을 시행키로 하는 등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시장개입 우려가 투자자들을 외면하게 한 것이다. 특히 금융그룹의 최대 투자자인 외국인들도 보유 지분을 내다팔았다. 일각에선 정부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만 걱정하다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60조6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7일(64조5701억원)보다 4조5034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금융그룹주는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동안 적게는 5.7%, 많게는 8.4%까지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5.19%가량 빠진 것을 감안하면 금융그룹주 하락폭이 지나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협력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감원장도 취임 후 첫번째 가진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날 연구기관장 간담회 이후 이뤄진 브리핑에서도 “은행은 상법에 따른 주주이익뿐만 아니라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은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발언을 대출금리 인하 요구로 받아들였고, 정부의 시장개입 우려가 투자자 이탈로 현실화할 거라고 걱정하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분기배당과 중간배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28일까지만 주식을 매입하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을 벌이고 있는데도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분기에도 각각 주당 500원과 40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700원과 150원을 중간배당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 기간 금융그룹주를 팔아치웠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3개 금융그룹은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소폭 줄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17일 과점주주인 한화생명이 보유지분 3.16%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졌지만, 이를 제외하면 우리금융 역시 기존 외국인 주주들이 보유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그룹 주주는 “관치금융이 현재도 저평가받고 있는 금융그룹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분기 및 중간배당으로 인한 투자 매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과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에 대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은행이 맡고 있는 순기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우리 경제의 혈맥으로서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가계와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주고 있다”며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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