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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천루’ 대신할 화폐적 경기변동의 상징

[칼럼] ‘마천루’ 대신할 화폐적 경기변동의 상징

기사승인 2021. 11. 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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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바야흐로 미국에서 돈을 지속적으로 푸는 정책의 효과들이 자산 가격뿐만 아니라 소비재 가격 등에서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연준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더 이상 내릴 수 없게 되자 소위 ‘양적완화’라는 정책을 통해 정부가 발행한 국채뿐만 아니라 부실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까지도 매입해서 통화량을 늘려왔다. 하필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되돌리려고 하는 차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연준은 지금까지 금융정상화를 미루고 이전에 해왔던 돈을 푸는 정책을 지속해왔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연준은 ‘양적완화’(채권매입)의 속도를 줄이는 소위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내년 6월경 양적완화 정책이 끝날 예정으로 있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가 끝난 이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파월 연준의장은 테이퍼링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준금리의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야 한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발언 이후 미국의 부동산과 증시 등에서 자산 가격 버블이 극심해지고 수십 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도 진정될 기미가 없다. 미국의 부동산과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대공황 때보다 자산버블이 더 심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매물은 별로 없는데 사려는 사람들은 많아서 부르는 값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증시에서는 올해 기업공개(IPO) 규모가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기록을 돌파했다고 한다.

가장 주목받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화폐적 경기변동론에 따르면, 돈을 풀어서 ‘인위적으로’ 시장이자율을 낮추면, 실제로는 미래 투자를 위해 소비하지 않고 떼어놓은 자원, 즉 저축이 많아진 것도 아닌데, 기업가들은 마치 그런 줄 오인해서 더 불확실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끝낼 수 있는 사업에 잘못 착수할 위험을 높인다. 그런 사실이 실제로 밝혀지는 진실의 순간이 오면서 그런 사업들에 낀 거품도 터진다. 과거 닷컴 버블이 그랬고, 국제금융위기 이전 미국의 주택시장 붐이 그랬었다.

이를 상징하는 용어가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s curse)‘다. 세계적 메트로폴리스에 하늘을 찌르는 건물이 있지만, 더 높은 마천루의 건설이 경기의 정점과 이후의 침체를 예고한다는 것이 마천루의 저주다. 〈마천루의 저주〉란 책을 저술한 미국 오번대학교 교수 마크 손턴(Mark Thornton)은 국제금융 위기 발생 이전 2007년 8월 두바이에 새로운 마천루 기록이 세워지고 있다면서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질 것을 예견했었다.

화폐적 경기변동론의 관점에서 보면, 연준이 금융을 정상화시키는 시점을 늦출수록 부동산과 증시에 낀 거품이 더 부풀고 이것이 터졌을 때 받을 충격도 더 커진다. 자산 가격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마저 올라가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소비자물가를 잡으라고 했다. 연준도 금융정상화를 마냥 미루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마천루를 자존심 경쟁하듯 건설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시장이자율 신호에 따라 과잉투자를 한 상징물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 후보로 모르텔(Connor Mortell)은 아직 실적은 거의 없는데 엄청난 투자가 일어나는 디지털 버블을 지목했다.(〈다음 ’마천루의 저주‘는 디지털 세계에서?〉 미제스연구소 2021.11.13.)

일론 머스크가 보유 주식을 상당 부분 팔아치워 그의 회사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을 울렸다. 그런 화폐적 경기변동을 알아채고 한 행동은 아닌지 모르겠다. 통화당국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긴장해서 잘 살펴야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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