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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약속’ 안지킨 미얀마 군부 “정상회의 배제” 치명타

아세안, ‘약속’ 안지킨 미얀마 군부 “정상회의 배제” 치명타

기사승인 2021. 10. 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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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렸던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군부 쿠데타의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총사령관(오른쪽 맨 아래)도 참석해 있다./사진=AP·연합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이달 말 개최하는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사정부 지도자의 참석을 거부하기로 했다. 아세안 특사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유혈진압 중단 등 아세안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미얀마 군정을 배제한 것이다. ‘대표성’ 문제에 타격을 입게 된 미얀마 군부는 즉각 반발했다.

17일 로이터통신·BBC 등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전날 오는 26~28일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군정 대표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아세안은 대신 미얀마의 ‘비정치적 대표’를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 대해 미얀마 민주진영과 서방국가들이 기대하던 ‘적극적’ 조치를 취해오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이 참석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정상’회의에 쿠데타 주범을 초청한 것이 자칫 쿠데타 군부의 대표성 내지는 합법성을 인정하고 쿠데타를 묵인하는 셈이 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아세안은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외교장관들의 회의에서 흘라잉 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이 미얀마 군부의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으며 회의 참석 배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전날 성명을 통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아세안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세안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얀마를 배제한 것은 최근 미얀마 군부가 자국으로 파견될 아세안 특사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을 거절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아세안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함께 참석한 지난 4월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아세안 특사로 선출된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이 요구한 아웅산 수치 고문과의 만남이 거절됐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민주진영과 시민들에 대한 군부의 유혈 진압도 멈추지 않자 아세안이 이례적으로 정상회의에서 미얀마를 배제시키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아세안이 미얀마를 배제한 것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는 미얀마 군부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가 지난해 총선에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던 흘라잉 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총리로 ‘셀프 취임’했다. 미얀마 곳곳에서 민주진영과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정상회의에서 배제된 흘라잉 사령관은 국내에 보여줄 자신의 국제사회적 입지가 좁아진 셈이다.

미얀마 외교부는 아세안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즉각 반발 성명을 냈다. 군정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미얀마와 어떠한 논의나 합의 없이 이루어졌다”며 “극도로 실망스럽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 모 툰 군정 대변인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비(非) 아세안 국가들이 흘라잉 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을 배제하도록 간섭했다”고도 주장했다.

미얀마 군정은 최근 유럽의회와 프랑스 등이 민주진영을 미얀마 대표로 인정한 것에 이은 큰 타격이다. 유엔도 미얀마 군정과 선긋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세안 외교장관들과의 화상회의에 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외교장관이 참석하려고 하자 하루 전 급히 취소했다. 자칫 유엔 사무총장이 미얀마 군부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내정불간섭 원칙을 강조하던 아세안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한 데 이어 아세안이 정상회담에 초대할 미얀마 대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아세안 대표로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세안은 회원국들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비정치적 대표를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정치적 대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지명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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