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기도 A시, 가습기살균제 성분 손소독제 14만개 시민에게 나눠줬다

기사승인 2021. 0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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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브랜즈,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4월 A시 기부
2019년 환경부 “BKC 호흡기·폐 자극성 물질” 이미 경고
시, 위해성 확인 없이 시민 제공...시민들 분통
식약처 대응 안일 논란도
이미지 성남시 더프트앤도프트 소피소피
사진은 제너럴브랜즈가 지난 4월 A시에 기부한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인 ‘더프트앤도프트 소피소피 핸드 새니타이저’. A시는 해당 제품의 위해성 확인 없이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사진=이준영 기자
경기도의 한 지자체가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로 판명된 ‘벤잘코늄염화물(BKC)’이 함유된 분무형 손소독제를 기부받아 시민들에게 나눠준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도 A시는 시민들이 이미 사용 중인 해당 제품 수거에 뒤늦게 나섰지만, 사전에 제품 위해성을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BKC 함유 분무형 제품의 위험 가능성이 이미 2019년 공식 확인됐음에도 해당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지자체의 위해성 확인 소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안일한 대응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화장품 판매 및 제조사인 제너럴브랜즈는 지난 4월 A시에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인 ‘더프트앤도프트 소피소피 핸드 새니타이저’ 14만1000개를 기부했다. A시는 위해성 확인 없이 이를 모두 관내 종합사회복지관·노인종합복지관·행정복지센터 등에 보냈고 각 기관들은 시민들에게 무료 배부했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인체 기관지 경련이나 비염·홍반 등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2019년 8월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공개한 환경부의 ‘염화벤잘코늄 흡입독성시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BKC는 동물 대상 흡입독성 실험 결과 비강과 폐에 영향을 미치는 자극성 물질이다. 지난해 10월 식약처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BKC가 포함된 분무형 손소독제의 위험성과 관리 방안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제너럴브랜즈 관계자는 “기부 당시에는 식약처 제조 기준상 해당 제품의 제조나 판매에 문제가 없어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너럴브랜즈는 해당 제품 기부 4개월 후인 지난 8월 식약처가 인체 위해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스프레이 방식의 BKC 함유 손소독제 제조를 금지한 고시 개정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A시에 알리지 않았다.

아시아투데이의 취재가 시작되자 A시는 지난 9일 해당 제품의 회수 조치에 들어갔다. A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 선의만 생각하고 위해성은 미처 확인하지 못 했다”며 “앞으로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후원받은 물품도 세세하게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지방자치단체·식약처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고 있다. 황숙영 환경정의 팀장은 “기업은 해당 제품의 위험성을 인지했으면 제도상 제조가 가능해도 선도적으로 이를 판매하거나 기부하면 안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 지자체도 위험한 제품인지 확인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나눠줬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식약처도 2019년 BKC 함유 분무형 제품의 위해성이 확인된 후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식약처는 환경부의 벤잘코늄염화물 동물실험 보고서가 나온 지 2년이 지나서야 BKC 함유 분무형 제품의 제조를 금지했다. 고시 개정 전 만들어져 유통 중인 제품의 회수나 판매 중단 조치도 없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에 대한 자체 위해성 평가 결과는 문제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위험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분무형 제품의 제조를 금지한 것”이라며 “기존 제품의 회수나 판매 중단 조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위해성 평가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 과다 사용 등 모든 사용 사례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BKC 함유 분무형 제품 사용으로 실제 인체 피해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A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시민 A씨(75)는 “어버이날 노인복지관에서 해당 제품을 나눠줘 자주 사용했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제조 기업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후원해야 했다”며 “노인들과 아이들이 쓰는 제품은 안전성 부분에서 철저히 점검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민 B씨(38)는 “이미 위험성이 확인된 제품을 기부한 기업과 위해성 확인 없이 시민들에게 나눠 준 시청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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