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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귀족노조

[아투 유머펀치] 귀족노조

기사승인 2021. 09.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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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중국 명나라 말기, 환관(宦官)의 득세가 내우외환과 국정문란을 초래했다는 원성이 높았다. 그러자 환관이 단결해서 자신들의 신변안전과 권익옹호를 위한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했다. 이에 충직한 대신들이 세간의 백성들을 두루 만나 여론을 취합한 후 노조 결성이 불가하다는 상소를 올렸다. 내시(內侍)들이 노조를 설립할 수 없는 이유는 네 가지였다. 첫째 노조 설립의 가장 핵심 요건인 정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다음에는 발기인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발기 적임자 없다는 것이었다. 셋째는 노조를 구성하려면 요소요소를 찾아 사정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노조 활동을 해나가다 보면 여러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그 난관을 뚫어야 하는데 이 사안에도 무력하다는 것이었다. 노조와 환관을 엮은 이 오래된 유머의 저변에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스며있다.

한마디로 ‘노조는 아무나 하나’라는 비아냥이 담겨있는 것이다. 정치인과 노조의 공통점이란 우스갯소리도 그 연장선상이다. 우선 자신들의 행동이 매우 정의로운 줄 안다. 대화보다 몸으로 밀어붙이기 일쑤이다. 공권력을 우습게 여긴다. 그래도 늘 어려운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뻔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일반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자기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작금의 민주노총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 방역망을 농락하는 불법집회와 경찰의 소환조사 무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거부, 정권에 대한 선전포고와 총파업 예고 등에 대한 반작용이다. 게다가 노조에 시달리던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택배노조 간부가 비노조원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차는 동영상까지 유포되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민주노총 출범 당시 산파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현재의 민노총을 두고 “비겁하고 불량한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이라고 혹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대변하려던 단체에서 어느덧 기득권층으로 변한 민노총의 횡포와 여기에 침묵하는 집권당의 무력한 모습을 두고 ‘민노총이 청와대의 상전’이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잃은 노동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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