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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이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8일까지 17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개회식이 열린 6만 8000석의 도쿄 국립경기장은 각 나라 정상급 인사와 내외빈, 취재진 등 약 4400명, 그리고 206개 출전팀 참가자 6000명 등 약 1만명 정도만 모습을 보였다. 여느 대회였다면 관중으로 가득 들어차고 들뜬 분위기가 가득했을 테지만,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색상 배치를 해 관중이 들어찬 것처럼 착시 효과만 노린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역대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치러진 개회식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의 역사, 전통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공연으로 꾸밀 수가 없었다. 개회식은 ‘혼자가 아니다’(APART BUT NOT ALONE), ‘여기 우리 함께’(HERE TOGETHER), ‘이제는 빛날 시간’(TIME TO SHINE), ‘우리 가는 길에 비치는 희망’(HOPE LIGHTS OUR WAY) 등 연대 의식과 인류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는 소제목들로 구성됐다. 존 레넌의 팝송 ‘이매진’(imagine)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개회식에 울려 퍼졌다.
개회식엔 2013년 일본의 올림픽 유치 순간부터 코로나19로 달라진 2020년까지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운동선수들을 응원하는 인류의 모습과 이에 힘을 얻은 각국 대표선수들이 코로나19의 벽을 깨는 대회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는 영상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끝나자 형형색색의 폭죽이 올림픽 스타디움 지붕에서 일제히 터져 도쿄의 밤하늘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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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소개에 이어 개회식의 꽃인 선수단 입장이 2시간 가량 이어졌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팀과 난민대표팀 등 206개 참가국의 선수단이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를 가로질렀다. 개회식을 함께할 관중은 없지만 선수들은 올림픽 개막의 기쁨에 환호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일본어 국가 표기 순서에 따라 103번째로 입장했다. 이번 대회 29개 종목 355명이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은 개회식 입장엔 남녀 공동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필두로 장인화 선수단장 등 28명만이 입장했다. 우리 선수단은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 개회식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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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개회식이 열린 국립경기장 외부에는 올림픽을 반대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동안 열린 올림픽 반대 시위 중 가장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反)올림픽회’를 비롯해 도쿄올림픽 반대 시위를 해 온 여러 단체는 물론, 각지의 노동조합과 전국대학생연합 등 다양한 단체가 이날 주경기장인 신국립경기장 앞을 비롯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올림픽을 중지하라” “올림픽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고, 이들의 외침은 경기장 안까지 들릴 정도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