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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빠진 배당 약속에 과거정책 되풀이…‘맹탕’ 밸류업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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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성 기자

승인 : 2026. 10. 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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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개선안, 62곳 뜯어보니
PBR 1배 까마득한데 목표는 '수년뒤'
배당확대·자사주소각 규모 확정안해
계획제출만으로 '공표유예' 실속 챙겨
"금융당국, 이행 현황 지속 점검 필요"

일부 상장사들이 저평가 기업 명단 공개를 피하기 위해 실질적인 주주가치 개선보다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맹탕' 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상상인은 배당과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혔고, 롯데지주는 기존 주주환원정책을 2029년까지 연장하는 데 그쳤다.


두 회사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새로운 주주환원책은 확정하지 않고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거나 개선목표를 수년 뒤로 잡으면서, 저평가 해소보다 당장의 명단 공개를 피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제도가 실질적인 개선 없이 공표 유예만 받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선계획안 제출 마감일인 지난 22일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계획을 제출한 상장사는 코스피 34곳, 코스닥 28곳 등 62곳이다. 거래소는 다음 달 2일부터 최근 6개 반기 연속 업종별 PBR이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요건에 맞는 개선계획을 제출하면 이후 두 차례의 공표를 유예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선계획을 제출한 62곳 중 12곳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추가 환원책의 시행 여부나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상상인은 현금배당과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데 그쳤고, 바이오노트도 2027년부터 3년간 매년 50만주를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우성은 2028년 PBR 0.55~0.60배와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총주주환원율 목표는 내년 3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개선계획을 보고도 추가 환원이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 알기 어려운 셈이다.


기존 정책을 되풀이하거나 과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새 계획을 제출한 사례도 확인됐다. F&F홀딩스는 지난 6월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에 2028년 PBR 0.5배 이상 목표를 추가했다. 에스제이엠홀딩스는 과거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자기주식 처리방안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기존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2029년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개선목표는 수년 뒤인 데다 목표 PBR조차 1배에 못 미치는 기업이 대다수였다. 62곳 중 40곳(64.5%)이 2028~2030년을 목표시점으로 설정했다. 해당 기간 목표 PBR이 확인된 36곳 중 32곳은 1배 미만, 17곳은 0.5배 이하였다. 특히 동국제강은 2028년 PBR 0.3배, F&F홀딩스는 같은 해 0.5배 이상을 목표로 잡는 등 일부 기업은 수년 뒤에도 순자산가치의 절반 이하로 평가받는 수준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저PBR 기업 명단 공개가 형식적인 개선계획 제출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제 이행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저평가 원인 분석과 실행계획 및 이행평가 등을 공시하도록 했지만, 계획 제출만으로 공표 유예가 가능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직접적인 제재는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기존 약속을 얼마나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미달 원인과 대책을 다음 계획안에 반영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저평가 해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인 분석이 제대로 돼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저평가 원인에 맞는 개선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립했던 계획들이 실질적으로 이행이 됐는지 확인하고, 이행 정도에 따라서 그다음 해에는 어떻게 계획을 수립할지까지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추가 공표 유예를 신청하는 기업에 과거 계획의 이행실적과 새로운 개선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끝난 뒤 기존 계획을 재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추가 유예를 받을 수 없다"며 "기존 계획의 이행현황을 기재하고, 이를 토대로 수립한 신규 계획을 함께 공시해야 유예가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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