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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피격·항공편 45% 취소·투자자 이탈…사우디 ‘사막의 다보스’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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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10. 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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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00억달러 합의 FII, 2027년으로 연기
리야드 공항 17명 사망, 사우디 출발편 45% 취소
요격미사일 부족…사우디 경제 3.6% 위축 전망
트럼프 빈살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5년 5월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에서진행된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연합
【기사 요약】
▲ 사우디아라비아가 후티의 미사일·무인기 공세 속에 26~29일 개최할 예정이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2027년으로 연기했다.
▲ 후티의 리야드 국제공항 공격으로 이달 들어 최소 17명이 숨지고 330명 이상이 다쳤으며 항공 운항과 국제행사에 차질이 발생했다.
▲ 후티는 19일 예멘 정부군 훈련기지를 공격해 53명이 숨졌으며 사우디 석유 시설과 공항 등에 대한 추가 공격도 주장했다.
▲ 사우디는 올해 경제가 3.6%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요격미사일 부족과 외자 유치 부담에 직면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미래투자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FII) 연구소가 26~29일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제10회 FII를 2027년으로 연기한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미사일·무인기 공격이 리야드 국제공항과 석유 시설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계의 안전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FII의 연기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탈석유 경제 다각화와 외국 자본 유치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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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 화면. 연합군은 이 영상이 7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아브하 국제공항 공격 장면이라고 밝혔다./AFP·연합
◇ 사우디, FII 2027년 연기…월가 경영진 안전 우려에 참석 재검토 영향

FII 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제10회 행사가 파트너와 회원, 연사, 대표단이 기대하는 전체 규모와 품질, 영향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하 알 사우드 FII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도 엑스(X)를 통해 연기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새로운 개최 일정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FII는 사우디가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인,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경제 다각화 사업을 홍보하고 외자를 유치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지난해에는 8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올해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와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이 연사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 월가 경영진은 후티의 공격이 확대되면서 리야드 방문을 재검토했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일부 관계자들은 현지 회의를 취소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와 프레이저 CEO의 참석 여부를 놓고도 내부 논의가 이어졌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한 사우디 기업 자문역은 "경영진들이 리야드행을 매우 꺼리고 있으며 기업들은 투자 회의를 위해 직원을 위험에 빠뜨리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화상 참여를 결합한 방식과 전면 온라인 개최를 검토했다. 대체 육·해상 이동 경로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회사 임원들의 안전 우려와 서방 국가들의 중동 여행 경보가 이어지면서 행사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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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주요 랜드마크인 킹덤센터(Kingdom Centre·왼쪽) 초고층 빌딩 모습. 99층 규모의 킹덤센터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이 반복되자 18일 입주 기업들에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요청했다. 건물 관리사무소는 입주사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기간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건물 저층부의 쇼핑몰은 정상 영업 중이다./AFP·연합
◇ 후티, 리야드 공항 4차례 공격…17명 사망·항공편 45% 취소

후티는 최근 2주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최소 4차례 공격했다.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후티는 무인기 10대와 탄도미사일 4발, 순항미사일 4발, 미확인 발사체 2발 등 총 20개의 발사체를 동원했다.

WSJ는 한 차례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다른 공격으로 5명이 추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정부 집계를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17명이 숨지고 3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주말부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항공기의 리야드 국제공항 이착륙을 금지했다. 제한 조치의 종료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항공 데이터 분석 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지난 8일 이후 사우디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편의 45% 이상이 취소됐다.

국제행사도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유럽연합(EU)·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와 리야드 패션위크, 식스 킹스 슬램 테니스 대회, 국부펀드(PIF) 사우디 인터내셔널 골프 대회 등이 영향을 받았다. 중동 부동산 투자 행사인 미핌(MIPIM)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지난주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석유회의(WPC) 에너지 총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엑손모빌·셸·셰브런·BP의 최고경영진은 안보 위험과 이동 차질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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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주민들이 19일(현지시간) 타이즈의 가스 충전소에서 가스통을 충전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은 장기간 이어진 예멘 내전이 재개된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상대로 수백 차례 공습을 실시했다. 수년간 소강상태였던 내전은 지난 7월 다시 격화됐으며 후티가 지난달 예멘 홍해 연안을 장악한 이후 전투가 더욱 치열해졌다./AFP·연합
◇ 후티, 사우디 아람코·공항 공격 주장…예멘 정부군 53명 사망

후티는 19일 사우디 석유 시설과 국제공항, 군사기지 등 6곳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군사 대변인은 엑스에서 사우디가 지난 48시간 동안 예멘 수도 사나 등에 200여 차례 공습을 가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탄도·순항미사일과 무인기를 동원해 6차례 군사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사리 대변인은 홍해 연안 석유 수출 항구도시 얀부의 아람코 시설을 두 단계에 걸쳐 공격해 대규모 화재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그는 동부 룹알할리 사막의 샤이바 유전과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 남서부 아브하 국제공항, 카미스 무샤이트 공군기지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봉쇄에는 봉쇄로, 확전에는 확전으로 대응하겠다"며 사우디 본토 깊숙한 지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경고했다.

예멘 내부에서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후티는 19일 남부 샤브와주 알알람 정부군 훈련기지에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현지 당국은 53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마제드 알누자일리 예멘군 대변인은 사우디 방송 알아라비야에 최소 47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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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이 18일(현지시간) 예멘 남서부 타이즈에서 자선단체가 설치한 물탱크의 식수를 휴대용 물통에 담고 있다./로이터·연합
◇ 후티, 바브엘만데브 인근 장악…사우디 요격미사일 부족·다중 전선 부담

사우디와 후티의 공방은 예멘 정부군의 영토 탈환 작전과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 후티는 지난달 홍해 연안의 전략 지역을 장악해 세계 해상 교역의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위협을 키웠다. 이는 사우디의 원유 수출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은 이달 해협 인근 지역 탈환 작전에 나섰다. 후티는 반후티 세력의 마지막 주요 도시 거점인 타이즈를 포위하고 있다.

2014년 예멘 내전이 시작된 뒤 사우디는 2015년 군사 개입에 나섰다. 양측은 2022년 휴전했지만 올해 전투를 재개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예멘 전선도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과 맞물려 확대됐다.

사우디는 대규모 국방 예산과 미국산 첨단 전투기·방공체계를 보유하고 있지만, 후티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사우디군이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로 보호하는 지역을 겨냥한 후티 미사일의 90% 이상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투 재개 이후 후티 공격의 절반 이상은 방공망이 없는 지역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후티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깊은 지하에 구축한 미사일 생산시설을 활용해 사우디의 공습을 견뎌 왔다. 사우디와 예멘 사이에는 약 800마일(1287km)의 험준한 산악 국경이 형성돼 있어 발사대를 은폐하고 신속히 이동하기에도 유리하다.

사우디는 이란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 후티 등 여러 방향에서 발생하는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방공 자산을 분산하는 상황에서 요격미사일 부족까지 겹쳤다.

사우디는 튀르키예와 파키스탄, 유럽 국가들에 방공부대 등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방위위원회는 18일 사우디에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의회는 19일 군사 지원 승인 문제를 논의했지만, 표결하지 않고 다음 주로 회의를 미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의 미군 직접 공격 요청을 거부했다. 이어 16일에는 사우디에 이스라엘의 군사 지원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사우디에 정보와 표적 선정 자료 등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WSJ는 다음 달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과의 충돌이 재개될 경우 사우디가 여러 전선에 동시에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가들이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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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오른쪽)이 9월 15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우디 왕실 제공·로이터·연합
◇ 사우디, FII 연기로 외자 유치 차질…올해 경제 3.6% 위축 전망

FII 연기는 사우디의 외국 자본 유치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FII에서는 지난해 500억달러(66조675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사업 합의가 발표됐다. 야시르 알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는 FII 출범 이후 누적 2500억달러(333조3750억원)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다만 상당수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형태여서 실제 이행된 투자 규모와 최종 가치를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FII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2030의 핵심 투자 유치 무대다. 석유 중심 경제를 관광·스포츠·기술·첨단 제조업 등으로 다각화하기 위한 사업을 국제 금융계에 소개해 왔다.

2017년 첫 행사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함께 신도시 네옴(NEOM)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사우디는 일부 대형 개발 구상을 조정하고 인공지능(AI)과 게임, 첨단 제조업에 대한 투자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사우디 경제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경제가 3.6%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도 1분기와 2분기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국방비와 인프라 비용이 늘어나면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형 개발 사업의 재원도 압박받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사우디는 2030년 세계박람회와 2034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대규모 지출도 예정하고 있다.

FII는 2018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소속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월가 경영진이 대거 불참한 이후 국제 금융계와 관계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티의 미사일·무인기 공격과 항공 운항 차질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사우디 방문을 가로막았다.

주사우디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랫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어느 시점에는 그들이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후티가 비대칭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역량을 갖췄다고 진단했다고 WSJ가 전했다.

앨리슨 마이너 CSIS 선임연구원도 사우디가 모든 공격을 막기는 매우 어렵다며 "때로는 방공망을 뚫은 공격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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