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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계 강화’ 필리핀, 대선 앞 외국간섭 처벌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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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10. 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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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2028 대선 앞두고 외국 세력 간섭 처벌법 추진
군 본부 인근 사기 의심 시설서 중국인 등 76명 체포
부통령 남편 회사에 中·홍콩발 송금 의혹…NSC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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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필리핀 이민국이 케손시티 군시설 인근에 위치한 한 시설을 단속해 중국인 74명과 미얀마인 2명을 체포한 현장/필리핀 이민국
필리핀이 2028년 대선을 앞두고 외국 세력의 여론 조작과 정치 개입을 처벌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군 본부 인근에서 외국인 76명이 체포되고 부통령 일가와 연결된 회사에 중국계 자금이 들어왔다는 의혹까지 겹치며 안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법이 정당한 비판까지 옥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필리핀 이민 당국과 군은 지난 12일 수도권 케손시티의 한 시설을 단속해 외국인 76명을 체포했다. 중국인이 74명, 미얀마인이 2명이다. 해당 시설은 필리핀군 총사령부와 국방부가 들어선 아기날도 기지와 같은 길가에 위치해있다.

당국은 이 시설이 필리핀 역외 온라인 도박업체(POGO)와 연관된 온라인 사기 거점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POGO는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의 부친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번성한 업종으로, 당국은 오래전부터 이들이 간첩 활동 등 불법 행위에 은밀히 이용됐다고 의심해 왔다.

서필리핀해(필리핀이 남중국해 자국 수역을 부르는 이름) 문제를 담당하는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군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관계 기관이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니다드 대변인은 군이 최근 대외 방위 중심으로 방향을 틀면서 정보전을 통한 여론 조작 시도 같은 새로운 안보 과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세력의 공작에 대해 "우리가 그들을 믿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아무도 믿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정부와 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경계는 2028년 대선까지 향하고 있다. 필리핀 당국자들은 외부 세력이 대선에서 친중 성향으로 비치는 후보를 밀어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존빅 레물라 내무장관은 지난달 한 토크쇼에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한 강대국"이 블로거·인플루언서·논평가 4만명 이상에게 돈을 대며 필리핀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고에 무게를 더한 것이 두테르테 부통령의 남편 마나세스 카르피오가 공동 창업한 식품업체 케일88푸즈를 둘러싼 의혹이다. 국가안보회의(NSC)는 중국 본토와 홍콩 기업들이 이 회사에 3억1900만 페소(68억 2979만 원)를 송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송금이 이뤄질 당시 카르피오는 이 회사 사장 겸 이사회 의장이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은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7일 이 사안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사실로 확인되면 "공화국에 대한 최고 수준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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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두테르테 부통령과 중국은 반발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12일 "중국과 사업하는 것이 금지돼 있느냐. 국가안보 위험이라서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르코스 정부가 "동남아시아의 말썽꾼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이달 초 중국이 필리핀의 특정 정치 세력에 자금을 흘려보냈다는 주장을 "거짓 서사"로 규정하고 악의적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정당한 이익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지난해 4월에도 필리핀 선거에 개입할 "관심이 없다"며 일부 정치인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런 의혹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당국자들이 해법으로 요구하는 것은 새 법이다. 안토니오 카르피오 전 대법관은 의회에 외국영향·간섭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외국 대리인에게 등록과 함께 자금 출처·보수·활동 공개를 의무화한 현행 외국대리인법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실무그룹이 관련 법안 8건을 하나로 묶어 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은 이른바 '트롤 팜'(조직적 여론 조작 집단)과 정치적 목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외국인·외국 단체를 대신해 활동하는 국내외 대리인 등 온라인 영향력 공작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정치 후보에게 자금을 대는 행위 등을 하면 징역형과 함께 최대 2000만 페소(약 31만8000달러)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간섭을 막으려는 법이 정당한 정치적 표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 인권단체 데모크라시넷PH의 카를로스 나자레노 활동가는 필리핀 내 민주주의·허위정보 대응 사업을 지원해 온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 같은 외국 기관이 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리코 글로리아 필리핀대 정치학과 조교수는 법안이 외국과 연결된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활동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근거 없는 고발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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