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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엔 동맹 궤적 우려”…한미 ‘신뢰’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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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남미경 기자

승인 : 2026. 10. 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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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방첩 기준 준수·투자 이행 요구…한국선 안보공약 우려
美 전문가들 “동맹 회복력 시험”…“안보 대안 없어, 갈등 관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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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합
한미 간 정보·방첩과 전시작전통제권(OPCON·전작권), 대미 투자·통상 현안에서 잇따라 이견이 드러나면서 미국에서 한미동맹의 신뢰와 회복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맹 자체가 흔들린다기보다 안보와 경제 현안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양국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며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한미군전우회(KDVA) 토론에서 "워싱턴에는 동맹의 궤적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강하고 회복력도 있지만 투자·통상·관세 분야의 긴장이 안보 현안과 겹치면서 "그 회복력이 얼마나 강한지가 지금 시험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정보공유 제한에 전작권 인식차…美, 안보협력 곳곳서 우려

미국 측의 우려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분야는 정보·방첩 협력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전날 한·미 정보 협력 상황을 묻는 한국 언론의 서면 질의에 한국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정보와 방첩 사안을 적시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 평안북도 구성을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거론한 이후 북한 핵시설 관련 한국의 정보 접근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에는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 요구로 국가정보원이 제외됐다. 정보 공유 제한의 구체적인 이유와 범위가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동맹의 핵심인 정보·방첩 분야의 협력 기준을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작권 전환에서도 양국 간 인식차가 드러났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장 겸 이사장(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국방·외교 대화' 토론에서 전작권 전환의 '가속화(accelerate)'라는 표현을 "언어 장벽이 실재하는 명백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전환 조건을 일부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미국식 시각'에서는 조건을 100% 충족하면서 일정만 앞당긴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최근 한국에서 비공개 보고를 받은 결과 전환 조건에 여전히 미비점이 있고 일부 중요한 항목은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검증된 양자 절차와 지휘·거버넌스 구조에서 이탈할 경우 군사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 내퍼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한미 간 이견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동맹 사이에 틈이 있다는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제공
◇ 美, 한국에 투자·안보 역할 요구…"美도 동맹 신뢰 훼손" 비판

미국의 우려는 정보·안보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통상과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의 역할을 둘러싼 미국 측의 불만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한국의 대미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수석 글로벌 안보 분석가는 지난달 23일자 'WP 인텔리전스(WP Intelligence)' 보고서에서 무역 갈등이 한미동맹의 더 큰 균열로 번질 위험이 있다며 "워싱턴과 서울은 동맹을 정상 궤도에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 美 정책에도 신뢰 흔들…WP "동맹국 의심 키워"
하지만 WP 인텔리전스는 한국 측의 불만도 함께 짚었다. 미국이 한국에 중동 전쟁지역으로 한국군을 보내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이란 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과 전반적인 아시아 정책이 미국의 안보공약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도 지난달 27일 사설에서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WP는 미국이 요구해온 대로 동맹국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미국이 끝까지 약속을 지킬 것인지에 대해 동맹국들이 의심하도록 만드는 것은 미국의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갑작스럽게 지시한 것을 한국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우려할 수 있는 사례로 들었다.

전작권
제니 타운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겸 38노스 국장(왼쪽부터)·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마크 내퍼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전 주베트남 미국대사)·최병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전 주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한미군전우회(KDVA) 주최 '국방·외교 대화'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동맹 변곡점" 진단도…美 안보 대안 없어, 관리가 관건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올해 보고서에서 일부 관측자들이 한미동맹이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도달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의 역내 역할, 중국을 비롯한 역내 위협 대응, 경제안보·기술협력 등 동맹의 범위와 책임 분담이 동시에 재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동맹의 약화로 이어질지는 결국 양국이 조정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한미동맹이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와 미중 경쟁 속에서 군사·경제·기술 영역을 함께 재조정하는 구조적 변화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잘 관리하면 억지력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역할과 임무, 의사결정 권한을 둘러싼 모호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미국의 안보 역할을 당장 대신할 대안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윌리엄 F. 웩슬러는 지난달 15일 애틀랜틱카운슬에 게재한 분석 글에서 이란과의 전쟁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기존의 안보 역할을 계속 수행할 정치적 의지와 물리적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외교부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연설하고 여러 관계자와 대화한 뒤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웩슬러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힘을 대신할 대안은 없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안보 역할에 상응하는 기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한미동맹이 이미 균열됐다는 데 있기보다 양국 간 신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신뢰가 동시에 시험받고 있는 만큼 양국이 이견을 안정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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