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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
2025년 3월, 전국 4천여 개 학교에 AI 디지털교과서가 들어갔다. 2년 넘게 준비한 사업이었다. 초등 3·4학년의 영어와 수학, 중·고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AI 디지털 교과서 사용은 한 학기 만에 종료됐다. 그해 8월 국회는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내리는 법을 통과시켰고, 교육부는 이듬해 검·인정 절차를 중단했다. 2학기에 이 교과서를 쓴 학교는 1,686곳. 한 학기 만에 59% 줄었다. 서울은 319곳에서 49곳으로, 세종은 14곳에서 1곳으로 떨어졌다. 개발에 참여한 발행사들은 수천억 원의 피해를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그런데 2026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펼치면 'AI 보편교육'이 15개 중점 과제의 첫머리에 올라 있다. AI 중점학교를 2028년까지 2000개교로 늘리고, AI 인재양성 부트캠프 예산은 23억 원에서 570억 원으로 스물다섯 배 뛴다.
◇ 2년 동안 무엇을 다퉜나
이 소동을 되짚어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띈다. 2년 넘게 우리가 다툰 것은 전부 도구에 관한 것이었다. 태블릿을 나눠줄 것인가. 교과서로 할 것인가 교육자료로 할 것인가. 예산은 어디서 대는가. 교사 연수는 몇 시간인가. 개인정보는 어떻게 지키는가.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모두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는 그 2년 동안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 숙제를 대신해 주는 교실
지난 회에서 우리는 에이전트가 개인 PC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올가을 시장에 깔리는 PC는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 문서를 쓰고 자료를 찾고 계산을 한다. 그 PC는 학생의 책상에도 올라간다.
그러면 독후감은 무엇인가. 수학 문제 풀이는 무엇인가. 코딩 과제는 무엇인가. 에이전트가 3초 만에 해내는 일을 학생에게 두 시간 시키는 것이 여전히 교육인가.
여기서 흔한 답 두 가지가 나온다. 금지하거나, 탐지하거나. 둘 다 실패한다. 금지는 지켜지지 않고, 탐지는 이미 무너졌다. 그리고 두 답 모두 여전히 도구에 관한 답이다.
◇ 학생이 서야 할 자리
이 시리즈가 지난 몇 달 동안 세운 명제가 하나 있다. 여러 에이전트가 각자 움직일 때, 그들을 조율하고 공동의 선으로 향하게 하는 상위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슈퍼 에이전트라 불렀다.
교육의 답도 같은 자리에 있다. 학생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아니라, 에이전트들을 부리는 일이다.
무엇을 물을지 정하는 능력. 서로 다른 답이 나왔을 때 어느 쪽이 옳은지 가리는 능력. 에이전트가 그럴듯하게 틀렸을 때 알아채는 능력. 여러 도구를 동시에 굴리며 전체를 하나의 목적으로 묶는 능력. 이것은 정답을 빨리 찾는 훈련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지난 회에서 나는 PC 안에 조율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고 썼다. 그 자리를 당분간 채워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지금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다.
◇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AI 교과서 2년이 남긴 교훈은 기술이 나빴다는 것이 아니다. 가르칠 것을 정하기 전에 가르칠 도구부터 샀다는 것이다.
올해도 부트캠프 예산은 스물다섯 배 늘었다. 그 돈으로 무엇을 가르칠지, 우리는 여전히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