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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그날 바로 답했다. 인텔이 4~6%, AMD가 3~5%, 퀄컴이 6% 급락했고 엔비디아는 6% 넘게 올랐다. 이 칩을 얹은 노트북과 데스크톱은 이번 가을부터 에이수스·델·HP·레노버를 통해 시장에 깔린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PC 서피스에 이 칩을 넣는다. 13년 전 엔비디아 칩을 쓴 서피스 RT로 9억 달러를 날리고 철수했던 회사가, 같은 조합으로 돌아온 것이다.
◇ 40년 만에 바뀌는 규칙
지난 40년 PC 시장의 규칙은 단순했다. 인텔이 CPU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를 얹으면, 사용자는 마우스로 클릭해 앱을 실행했다. 이 규칙 위에서 앱스토어와 구독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광고, 검색이 각자 자리를 잡았다.
새 규칙에서 사용자는 클릭하지 않는다. 명령한다. 젠슨 황의 설명은 이랬다. "사용자가 요청하기만 하면 PC가 작업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에서 클라우드 요금을 받으며 일하던 에이전트가, 이제 책상 위로 이사해 오는 것이다.
◇ 부(富)가 세 계층으로 압축된다
지난 40년의 PC 시장은 칩, 운영체제, 완제품, 소프트웨어, 유통, 광고가 시가총액 수조 달러를 나눠 갖는 구조였다. 새 규칙은 이것을 세 계층으로 압축한다.
첫째 층은 에이전트를 만드는 자다. 앤스로픽, 오픈AI, 구글, 그리고 이번 판을 짠 엔비디아. 부의 대부분이 여기 모인다. 둘째 층은 에이전트가 지나갈 통로를 파는 자다. 메모리, 운영체제, 완제품. 통행량만큼 번다. 셋째 층은 에이전트가 대신하는 자다. 지난 20년간 사용자와 기술 사이에 자리 잡았던 앱과 구독 서비스, 광고와 검색. 이 층의 상당수는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
◇ 한국은 어느 층에 있는가
발표 당일 저녁, 젠슨 황은 타이베이 시내 해산물 식당에서 비공개 만찬을 열었다. '코리아 파트너 나잇'.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두산로보틱스·네이버클라우드 경영진이 모였다. 엔비디아가 타이베이에서 특정 국가 파트너만을 위한 만찬을 연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정작 대만 현지에서는 자국 기업이 제쳐졌다며 불만이 나왔다.
그 자리에 모인 기업들은 대부분 둘째 층에 있다. 통로를 파는 자들이다. RTX 스파크가 한 대 팔릴 때마다 한국의 메모리가 함께 팔린다. 나쁘지 않은 자리다.
첫째 층에 가장 가까이 선 것은 네이버클라우드다. 그날 젠슨 황은 기조연설 화면에 '엔비디아♥네이버클라우드'를 띄웠고 만찬 건배사로도 그 이름을 불렀다. 다만 그가 든 맥락은 네이버클라우드가 엔비디아의 AI 클라우드를 쓰는 고객이라는 것이었다. 첫째 층에 서려는 기업조차, 결국 엔비디아가 깐 바닥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셋째 층에는 그 만찬에 초대받지 못한 수천 개의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와 서비스 회사가 있다. 초대된 기업들과 초대받지 못한 수천 곳 사이의 거리가 이번 재발명의 진짜 얼굴이다.
◇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여기서 지난 회의 물음이 다시 나온다. PC 한 대 안에 여러 에이전트가 살기 시작하면, 그것들을 누가 조율하는가.
올가을 당신이 살 PC 안에는 당신을 대신해 메일을 쓰고, 일정을 잡고, 결제하는 에이전트들이 들어온다. 이들이 서로 부딪칠 때 누가 중재하는가. 하나가 잘못 판단하거나 외부에 조종당할 때 누가 붙드는가. 지난 회에서 우리는 그 조율자를 슈퍼 에이전트라 불렀다. 그런데 그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40년 만의 재발명은 엔비디아의 것이다. 그러나 그 PC를 책상에 올리는 순간, 위험은 당신 것이 된다. 에이전트가 잘못 보낸 메일도, 잘못 누른 결제도, 그 이름은 당신 이름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 PC는 당신 아이의 책상에도 올라간다. 에이전트가 숙제를 대신해주는 시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우리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답이 나오기 전에 물건이 먼저 팔린다. 이번 가을에.
/이영환 크레페 펀드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