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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실채권 7.4조로 불었는데…‘빚 청산’ 주문에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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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8.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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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NPL 7.4조원…추정손실 7년 만에 최대
소각 범위 확대 땐 손실 불가피…모럴해저드 우려도
전문가 “명확한 기준 필요…취약차주 핀셋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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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통해 생성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사에 과감한 채무 정리를 주문한 가운데, 연체채권 규모가 큰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내수 부진으로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며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자체 소각해야 하는 채권의 범위까지 확대될 경우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채무 정리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은행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6월 말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7조433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말(6조4325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등 정상적인 회수가 어려운 여신으로, 자산건전성 분류상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단계에 해당한다. 특히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가장 낮은 '추정손실' 여신은 1조2109억원으로 불어나 2019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고정이하여신 전체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연체가 장기화됐더라도 담보 처분이나 채무조정, 분할상환 등을 통해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서다. 이에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곧바로 소각하기보다는 차주의 상환 가능성과 담보가치 등을 따져 채무조정이나 상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수와 정리를 병행해왔다.

은행권은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 '빚 청산' 대상이 확대된다면 은행의 손실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충분한 충당금을 쌓은 채권은 추가적인 손익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회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채권까지 조기에 소각할 경우 향후 회수할 수 있었던 금액까지 포기해야 한다.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채권 정리 부담까지 커지면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은행의 부담이 한층 무거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해결 불가능한 빚'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개별 은행이 각 차주 상황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만큼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며 "악성 추심을 막겠다는 취지인지, 아니면 NPL 매각 자체를 줄이고 금융사가 직접 손실을 부담하라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준 마련이다. 채무자의 상환 능력과 재산 상황 등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소각 대상을 광범위하게 설정할 경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연체됐지만 향후 정상 상환 가능성이 있는 차주까지 채무 정리 대상에 포함할 경우, 금융질서 전반의 상환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실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분별하게 소각할 경우 '연체해도 결국 탕감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연체 기간과 채무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선별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사의 손실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대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채무자에 한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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