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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이달 초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전사적인 AX(인공지능 전환)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도 당찬 포부에 맞춰 강 행장이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입체 영상으로 등장해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를 시각적으로도 보여줬는데요. 그간 전통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느낌이 강했던 '농협'의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장면이었습니다.
왜 농협은행은 다른 경쟁 은행들보다 AI·디지털 전환에 더 속도를 내고 있을까요. 농협은행은 전국에 촘촘히 분포한 지점을 바탕으로 한 오프라인 영업망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은행입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점포 수는 1067곳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점포를 줄이는 흐름 속에서도 반대로 점포를 늘리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대면 영업 기반이 탄탄한 농협은행이 오히려 비대면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점포를 쉽게 줄이기 어려운 농협은행의 특수성이 꼽힙니다. 농협은행은 농업인 지원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농협의 설립 취지에 걸맞게 지방 도시 곳곳에서 핵심 금융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구 소멸 지역에서는 타 시중은행 점포가 사라진 뒤에도 농협 점포만 남아 지역 주민들의 금융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점포 폐쇄 절차가 까다로운 것은 아니지만, 금융 접근성 보장이란 공익적 역할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만큼 점포 폐쇄를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셈입니다.
다른 은행처럼 점포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 어려운 만큼, 농협은행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에는 AI 기술을 적용하고, 단순 업무는 고객이 영업점을 찾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반복 업무가 줄어든 직원들은 자산관리·기업금융 등 다른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농협은행의 AX는 오프라인 점포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점포망을 더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는 것이죠.
'디지털 후발주자'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그간 농협은행은 고령층과 농어촌 지역 고객 등 대면 거래에 익숙한 고객 비중이 높다보니, 디지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농협은행의 올해 5월 말 기준 비대면 판매 비중은 78%로, 80~90%대에 달하는 다른 은행들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막 본격화되고 있는 금융권 AI 경쟁은 디지털 격차 축소를 노리는 농협은행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고객층은 물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대면 고객층까지 비대면 접점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디지털 후발주자 이미지를 'AI 선도 은행'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바꿔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은행의 AX 성패가 은행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의 이익경비율은 4년 만에 50%대를 넘어섰습니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AX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농협은행이 지역 핵심 금융 인프라 역할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관건은 실행력입니다. 강태영 행장이 강조한 AI 선도은행의 청사진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제 영업 현장과 고객 접점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