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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기업 수익 ‘국민배당금’化 온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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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13. 00:0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기업 초과이윤의 일부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당 고민해야 할 설계의 문제"라며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김 실장 주장의 골자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AI 시대 막대한 수익을 낸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기업이 그처럼 막대한 이윤을 낸 것은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왔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토대로 하는 것 아니겠는가. 얼핏 봐도 자본주의의 기본 중의 기본인 소유권을 훼손하는 뉘앙스가 강하다. SNS에 올린 내용만으로는 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정도 남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이 '가볍게 소화되는' SNS에 올린 것도 진지한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 증거라고도 한다.

하지만 공직 경력이 수십 년인 경제관료 출신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은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신뢰를 두든 상관없이 김 실장의 글은 큰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그의 주장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기업의 초과이윤이라는 개념이다. 일단 기업의 초과이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오리무중이다. 어렵게 개념을 정하더라도 김 실장 주장은 국가가 각 기업의 초과이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 등 민간기업의 한 해 경영 목표 및 연말 그 목표치를 초과한 정도를 보고받는 시스템이 없다면 허황한 내용인 것이다. 그러면 이게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뭐가 다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배당금이 우선 반도체 산업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사업(DS)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면서 논란이 커졌는데, 정부가 노조에만 줄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성격이 강하다. 이런 식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는 한탕주의라는 노조에 쏠리는 비판을 정부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기가 극명한 경기민감 업종이다. 지금 같은 초호황이 영원히 계속될 리 없다. 지금 국민배당금이라는 명목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이윤을 가져간다고 하면 불황기가 닥쳐 반도체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볼 때는 국가가 손실을 보전해 줄 것인가. 그의 주장대로라면 최근 '횡재'를 본 조선과 방위산업, 자동차산업 등 한국 대표 산업 모두에서 국민배당금을 걷어야 한다. 김 실장은 기업과 국민 불안을 감안해 이런 논란에 명확하게 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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