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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가 석유 가격 억제에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현재 주유소 판매가격은 휘발유 2200원대, 경유 2800원대, 등유 2500원대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평균 경윳값이 2000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약 800원의 억제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짓눌린 서민 가계에 단기적 숨통을 틔워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제로 억누른 가격 뒤에는 눈에 띄지 않는 청구서가 따라온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16~29일 2주간 국내 주요 4개 정유사가 입은 손실액은 1조267억원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00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했지만,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지 못할 경우 올 상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 제도가 장기화할수록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에게 왜곡된 신호를 준다는 점이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것이 경제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 가격 개입으로 고유가 국면에서도 국민들은 에너지 부족의 위기감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산업부가 공개한 석유제품 판매량 추이를 보면, 최고가격제 시행 2주째인 3월 4주(23~29일)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유류 소비가 늘었다는 지적을 언급하며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이 있는데 그것도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주무 장관 역시 이 같은 딜레마를 직시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7일 "개인적으론 마뜩한 대책이 아니지만 유가 안정이라는 마음으로 최고가격제를 보고 있다. 전쟁이 종료되면 빠른 시일 내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가 선택지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국면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민생 대응 측면에서도 선택하기 힘든 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석유 가격 정상화를 위한 출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억눌린 가격이 언젠가 한꺼번에 정상화될 경우 그 충격은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단계적 가격 환원 로드맵, 취약계층을 겨냥한 핀셋 지원, 에너지 바우처 확대 같은 대안적 수단을 지금부터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