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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주택자의 돈은 어디로 가는가…강남과 반도체 “자산 집중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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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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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과거 자산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비유는 '시소'였다. 주식이 오르면 부동산은 쉬고, 부동산이 오르면 주식은 숨을 고르는 식이다. 실제로 그런 흐름이 있었다.

2003년 카드대란으로 코스피가 연중 515선까지 밀리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반대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식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동안 부동산은 긴 조정을 겪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돈은 결국 더 수익 나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믿음이 거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시소가 멈춰 선 시점이 있다. 2020년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는 0.5%까지 내려갔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8%대까지 떨어졌다. 이때 벌어진 일은 단순한 상승장이 아니었다. 코스피는 2020년 한 해에만 30.75% 상승하며 2,873으로 마감했고, 2021년 7월에는 3,305.21까지 올라섰다. 그런데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도 2021년 10월 정점까지 쉼 없이 상승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더 올랐느냐"가 아니다. 둘 다 올랐다는 사실이다. 자금이 이동한 게 아니라, 유동성이라는 물이 넘치면서 두 시장을 동시에 채운 것이다. 시소가 아니라 수조였다.

그리고 2022년, 반대 방향의 실험 결과가 나왔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22년 10월 4.24%까지 치솟자 코스피는 연간 24.9% 하락했고,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021년 10월 고점 이후 급락했다. 둘이 동시에 내려갔다. 이쯤 되면 비유를 바꿔야 한다. 이제 두 시장은 시소가 아니라 하나의 혈관이다. 같은 피를 나눠 쓰는 구조다.

혈관으로 연결되면 자금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이동이었다. 지금은 순환이다. 최근 양도세 중과 재시행(2026년 5월 9일)을 앞두고 지방이나 외곽의 '못난이 자산'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3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도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일부 출회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그렇게 팔아서 생긴 현금이 어디로 가느냐. 지금은 주식시장이다. 너무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정확한 흐름이다.

반대 방향도 있다. 주식 수익을 종잣돈 삼아 상급지로 '점프'하는 방식이다. 서대문구에서 마포구로, 잠실에서 반포로.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의 입장권이 되고, 부동산을 팔아 만든 현금이 주식시장의 연료가 된다. 서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 말 그대로 공생이다.

정책과 금리, 유동성 환경이 두 시장을 하나로 묶었다.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규제는 '여러 채 보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위에 저금리와 유동성이 더해지면서 자금은 주식과 부동산을 동시에 밀어 올렸다. 투자 방식도 바뀌었다. 빚으로 여러 개를 사는 시대에서, 자기자본으로 하나를 고르는 시대로 이동했다. 선택은 줄었지만, 그만큼 집중은 강해졌다.

주식시장을 보자. 지수는 오르지만, 반도체와 AI가 시장을 이끄는 동안 화학·철강·유통 등 전통 산업은 10년 전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랐는데 내 계좌는 마이너스"라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도 다르지 않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33억 원을 돌파하고, 하위권과의 격차가 6.8배까지 벌어진 것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분화다. 강남에서도 대치동과 압구정동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00년에 평당 약 400만 원 수준이던 가격 차이가 현재는 4,200만 원까지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동두천시 아파트값이 약 40% 급등했다가 이후 금리 상승과 규제가 겹치자 2022~2023년 사이 약 18% 하락하며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사례는 시사적이다. 수요가 아닌 유동성에 의해 밀려 올라간 지역일수록 외부 변수에 더 취약하다. 올해 1월부터 4월 초까지 거래가 활발했던 단지들의 공통점도 분명하다. 대부분 대단지이면서 역세권이거나 재건축 기대감 등 명확한 투자 포인트를 갖춘 곳들이다. 지금 시장은 단순히 가격이 낮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자산"에만 거래와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지금 자산시장의 본질은 하나다.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에는 "어디로 갈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소 위에서 균형을 잡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혈관 속 흐름을 읽어야 한다.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건 분산이 아니라 '생존'이다. 그리고 그 생존은 결국, 하나로 압축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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