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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제도는 생겼지만 체감은 없다”…친환경 정책과 엇박자 난 ‘전기 상용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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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6. 04.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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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전기트럭' 보급을 위한 제도는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여전히 낮다.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 이른바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중·대형 전기트럭에도 보조금을 적용하며 상용차 전동화 확대에 나섰다.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용차를 겨냥한 조치라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구매 단계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량 가격 구조를 감안하면 보조금이 체감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형 전기트럭 보조금은 약 4000만원 수준, 대형은 6000만원 안팎이다. 반면 내연기관 트럭 대비 전기트럭 가격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보조금을 받아도 구매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상용차 특성상 개인 사업자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를 고려하면, 이 같은 가격 격차는 곧 구매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장의 목소리는 보다 직설적이다. 최근 중형 트럭 '하이쎈(HIXEN)'을 출시한 타타대우모빌리티의 김태성 사장은 전기 상용차 보급 정책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짚었다. 김 사장은 전기트럭 보조금 규모에 대해 "차량 가격 대비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크지 않다"고 언급하며, 현행 수준으로는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전기트럭의 경우 배터리 탑재로 인해 기본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낮은 잔존가치 문제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히 소비자 선택의 문제를 넘어, 제조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상용차 업체들은 이미 전동화 대응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투자 회수는 불가능하다. 동시에 온실가스 규제 강화로 인해 전동화 비중을 높여야 하는 압박까지 받고 있어, '팔리지 않는 차를 만들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인 셈이다.

타타대우 역시 전기트럭 양산 준비를 마쳤음에도, 보조금 체계와 인증 절차 문제로 본격적인 시장 진입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김 사장은 "양산은 가능하지만 시장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의 또 다른 고민 지점은 형평성이다. 수소 상용차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보조금이 책정된 반면, 전기트럭은 차량 가격 대비 지원 비중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같은 친환경 정책 범주 안에서도 지원 방식과 강도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시장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지금의 전기 상용트럭 정책은 '방향'과 '설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 있다. 친환경 전환이라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비용 구조는 시장에 그대로 남겨둔 모습이다. 정책이 의도한 변화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환 속도는 기대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상용차 전동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다만 그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경제성이다. 제도가 현장에 체감되지 않는다면, 전환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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