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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의원 쿠팡 비호, 외교 쟁점 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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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24. 00:00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 기업들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즉각 중단해달라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미 연방하원 공화당 의원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이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조치를 하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약속을 무시하고 미 기업에 계속 불이익을 주고 있고,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애플, 구글, 메타, 쿠팡 같은 미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겨냥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특히 쿠팡에 대해 "지난 10년간 미국의 한국 대상 외국인투자(FDI)의 최대 원천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미 정부는 우리 측에 쿠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 안보 합의 이행을 위한 고위급 외교 협의 진행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와 미국 간에 안보 사안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커지는 와중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영변과 강선 외에 구성에 있는 우라늄(HEU) 농축 시설을 언급한 게 발단이다. 미국은 정 장관의 '구성 핵 시설' 발언과 관련해 민감한 대북 정보를 공개했다며 항의했고, 최근 우리 측에 대북 정보 제공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한다.

안보 문제에 이어 경제 사안에서까지 한미 간 갈등이 표출된 셈인데,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최대 3370만개에 달하는 민감한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소비자들이 피해자다. 미 정부와 일부 의원들의 편향적 쿠팡 편들기에 한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미 의회의 시각은 쿠팡을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미 의회의 편향적 시각의 배후에 쿠팡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그렇지만 미 정부와 의회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쿠팡 한국 법인의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 증시에 상장된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 할 필요도 있다.

이젠 우리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 사안 모두에서 갈등이 표출돼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일은 결단코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보 현안과 경제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필수다. 쿠팡과 같은 일개 기업 관련 문제가 안보 현안과 엮여 악화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경제 문제와 안보 현안 간 분리 대응은 경험 많은 양국 외교관들이 한미 동맹의 유지를 위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이었다. 우리 외교부가 미 국무부에 이런 점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그 전제에서 협의와 조정을 이뤄야 한다. 청와대도 막후 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개적인 의견 표명과 사실 관계 규명은 서로의 감정만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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