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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늦어지는 ‘7조’ 양재 물류단지…김기만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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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4. 15. 17:52

서울시 제동에 상반기 착공 무산
유동비율 15%… 지난해 부채만 1조
매출 적자·공사비·PF 경색 등 악재
인허가정상화 시점·분양성과가 변수


하림그룹의 숙원 사업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이 정체 상태에 빠졌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와의 인허가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 추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했으나, 최근 건축심의에서 다시 제동이 걸리며 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 사업비만 7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개발 프로젝트인 만큼 착공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형인 김기만 대표는 하림산업을 장기간 이끌며 양재동 개발 프로젝트 전면에 서 왔지만, 사업 진척과 경영 성과 측면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대표의 이력이 교육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을 이끌 역량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양재동 개발 지연과 하림산업의 실적 악화가 맞물리면서 김 대표의 책임론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식품기업 하림산업은 2016년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8만3183㎡(약 2만5000평)를 4525억원에 매입하며 대규모 개발 계획에 착수했다. 지하 9층~지상 58층, 연면적 147만㎡ 규모의 복합단지를 조성해 물류·상업·주거 기능을 결합한 '수직형 복합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와의 용적률, 개발 밀도, 공공기여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수년간 표류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2024년 서울시로부터 개발 계획을 승인받았으나, 착공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건축심의에서 지난달 '재심의'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주변 도시 경관과의 부조화, 대규모 건축물에 따른 스케일 문제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당초 목표했던 올 상반기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설계안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인허가 지연이 불러올 재무적 여파다. 7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감당하기에는 하림산업의 재무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모두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영업손실은 2024년 1276억원에서 2025년 1467억원으로 확대됐고, 당기순손실은 169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동성 측면의 부담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는 1조199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즉시 상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1539억원에 그친다. 유동비율은 15.1%로 단기 상환 능력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여기에 단기차입부채만 9392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 역시 2024년 86.5%에서 2025년 125.2%로 상승했다.

또한 총자산 2조4522억원 중 70.8%에 해당하는 1조7380억원이 '투자부동산'으로 묶여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외형과 달리 실제 활용 가능한 유동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림 측은 전체 사업비 7조원 중 4조원을 아파트와 오피스텔 선분양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약 2조3000억원을 자기자본으로, 나머지 약 7000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외부 차입으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최근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고 분양 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자금 조달이 당초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숨은 비용도 적지 않다. 하림은 양재동 개발과 관련해 공공기여금 약 4000억원을 부담해야 하고, 신분당선 '만남의광장역(가칭)' 신설과 외부 교통대책 비용도 추가로 분담해야 한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 부담까지 겹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전년 동월 대비 2.04%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이로 인해 건설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담보된 핵심 사업장 위주로 선별 수주하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지주사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 부담 역시 점차 누적되는 모습이다. 하림지주는 2023년 2월부터 2025년 5월까지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5차례 참여하며 총 1800억원을 투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림지주가 순수지주회사로서 자회사 배당에 의존하는 현금흐름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2024년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77.6%에 달하고, 지급보증 1854억원, 하림산업 자금보충약정 1314억원 등 잠재 부담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림산업 지원이 계속될수록 지주사 재무 부담 역시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결국 인허가 정상화 시점과 분양 성과, 비용 통제 능력이 사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착공이 지연되면 분양 일정도 함께 늦어지고, 그사이 늘어나는 금융비용을 영업이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인허가 지연이 자금줄을 조이는 결정적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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