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금리 인하 등 통해 공급 확대
생산적금융 기조 속 기업금융 중심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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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대출 시장을 두고 IBK기업은행과 시중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작년에는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업은행이 홀로 중기대출을 늘리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생산적 금융 기조가 맞물리며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으로 무게추를 옮겼고, 우량 중소기업을 선점하려는 유인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중기대출 금리를 낮추고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 중기대출 시장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맞서 중기대출 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히려는 기업은행의 대응도 한층 적극적이다. 담보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중점을 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지방·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시중은행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틈새 수요를 공략하며 차별화된 기업대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3조2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개월 새 2조3072억원 늘어난 규모다. 중기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주요 시중은행보다 100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지만, 순증 규모는 작년 동기(6조3721억원)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순증 규모는 전년 대비 7배 가까이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중기대출 증가폭은 6조3356억원에 달했다. 작년 1분기에는 5대 은행을 모두 합쳐 963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그보다 5조3724억원 더 늘어난 것이다. 이들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총 680조761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은행으로 집중됐던 중소기업 자금 수요가 올해 들어 시중은행으로 분산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작년 상반기까지 시중은행들은 상호관세 이슈와 탄핵 정국 등으로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자산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했다. 반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경우 기업 자금난 해소에 방점을 두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꾸준히 이어갔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고강도 규제를 내놓으면서 가계대출 성장률이 1%대로 묶인 데다, 기업으로의 자금 공급을 확대하라는 생산적 금융 기조가 은행권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중기대출 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추고 맞춤형 우대 상품을 내놓는 등 중소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중기 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기업은행보다 높은 4.73%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4.33%까지 내려온 상태다.
기업은행으로선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쉽지 않다. 시중은행은 예적금이 전체 조달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비중이 약 58%에 달한다. 예적금 금리가 2% 후반에 머무는 것과 달리 중동 상황 여파로 3월 말 기준 중금채 금리는 3%대를 넘어서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관계금융 강화를 통해 중기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핵심은 담보 중심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여신 체계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다. 빅데이터·AI(인공지능)를 활용해 혁신기술기업을 발굴하는 기술평가 시스템을 지난달 말에 구축을 완료했고, 이달에는 금융위원회 주관의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 도입 사업에도 주축으로 참여 중이다.
시중은행의 관심이 덜한 지방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지원을 강화한다. 총 2조원 규모의 '지역 균형성장 중기금융 종합 패키지'를 마련, 지난달 말부터 대출금리 인하·감면 혜택과 사업재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애로를 겪는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는 기존 특화 상품·프로그램을 활용해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방침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성과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대출 실적이기 때문에 은행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차별화 전략에 성공한다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