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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재무 여력에도 EB 택한 HD한국조선해양…‘2兆 실탄’ 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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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6. 04. 02. 07:00

HD현대重 지분 약 4% 활용
호황기 자금 선제 조달 목적
친환경·해외 거점 투자 확대
주가 부담 vs 성장 재원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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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HD한국조선해양이 15억5000만 달러(약 2조3723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선 것은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선 '선제 투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선업 최대 호황으로 실적과 재무 상태가 동시에 개선된 상황이다. 지분 희석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외부 자금을 끌어온 것은 향후 친환경 선박과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등 미래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호황기에 확보한 자금을 다시 투자로 연결하는 '성장 선순환 구조'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보유 중인 HD현대중공업 지분 4.32%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외화 교환사채(EB)' 발행을 확정했다. 교환가액은 지난달 31일 종가(46만5000원) 대비 12.5% 할증한 52만3125원이다. 이자율은 1% 이내, 만기는 5년이다.

이번 조달은 '재무 보완'이 아닌 '투자 여력 확대' 성격이 짙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실적과 재무 여력이 동시에 개선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29조9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조9045억원으로 170% 이상 급증했다. 자산은 39조5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가량 늘어난 반면, 부채비율은 159.39%에서 133.86%로 25%포인트(p) 이상 낮아지며 재무 안전성이 강화됐다.

현금 창출력 역시 뚜렷하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조4221억원이다. 최근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도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3조7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무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EB 발행을 선택한 배경에는 시장 환경과 투자 타이밍이 작용했다. 조선업 업황과 기업 가치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교환 대상 주식인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최근 1년간 50% 이상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 수주 증가와 특수선 사업 확대 등 영향으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확보된 자금은 친환경 선박, 해외 야드 생산설비 확충, SMR·수소연료전지·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투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친환경 선박과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자금이 우선 투입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선박 기자재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HD현대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조선 생산기지 확장을 진행 중인 만큼 추가 거점 확보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EB 발행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먼저 EB 발행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와 공매도 등 주가 부담 요인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장 초반 42만원대까지 내려가며 전일(46만5000원) 대비 최대 7%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에는 지주사 할인율을 적용받던 지분 가치가 유동화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EB 투자자들이 HD현대중공업 주식을 공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 거래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이 EB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부담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한화솔루션 등 일부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을 결정하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HD현대 관계자는 "시장이 우호적인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취지"라며 "사전에 다양한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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