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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문건 후폭풍…미 상무장관 사임 압박·영국 총리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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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 기자

승인 : 2026. 02. 11. 08:39

러트닉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 상원 건물에서 진행된 상원 예산소위원회 상무·사법·과학 및 관련 기관 담당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AFP·연합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 공개 여파가 미국과 영국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엡스타인과의 관계 의혹에 휩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각각 중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러트닉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산하 상무·법사·과학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엡스타인과의 친분이나 개인적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나는 그와 어떤 관계도 없었다. 거의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건 약 250건에서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2012년 엡스타인의 개인 소유 섬 방문을 계획했다는 기록이 공개되며 두 사람의 밀접한 교류 의혹이 제기됐다.

러트닉 장관은 청문회에서 엡스타인을 2005년 처음 만난 뒤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더 만났다고 증언했다. 이는 지난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2005년 이후 다시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그는 2012년 만남에 대해 "가족 휴가 도중 점심을 함께했을 뿐"이라며 "아내와 아이들, 보모, 다른 가족들이 함께 있었고 1시간 정도 머문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또 "그 섬에서 본 것은 엡스타인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뿐이었다"며 불법 행위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러트닉 장관을 향한 사임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트닉 장관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러트닉 장관은 대통령 팀의 핵심 인물"이라며 "대통령은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한국·일본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을 이끄는 핵심 인사다.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알려진 길레인 맥스웰의 사면 요청과 관련해서는 "우선순위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에서는 엡스타인 문건 공개 여파로 키어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위기도 고조됐다. 스타머 총리는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했던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점이 문제가 되며 당내에서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10일 허퍼드셔 연설에서 "나는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으로부터 물러서지 않겠다"며 총리직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진짜 싸움은 분열과 불만의 정치와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일부 당내 인사가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하며 위기가 정점에 달했지만, 내각 핵심 각료들이 잇따라 스타머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당장 지도부 교체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노동당 내부 규정상 현 대표에 도전하려면 의원 20%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도 스타머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영국 언론은 뚜렷한 대안 주자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스타머 총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 정책 혼선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BBC는 오는 5월 지방선거와 스코틀랜드·웨일스 총선, 이달 말 예정된 하원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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