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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 ‘야무진 단종’ 신선한 접근에 진한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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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2. 03. 13:44

4일 개봉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웃음 유발과 눈물샘 자극 적절하게 배합해 재미 보장
역사속 인물에 대한 신선한 접근으로 진한 여운 남겨
유해진 '원맨쇼'. 가장 큰 볼거리…12세 이상 관람가
왕과 사는 남자
4일 개봉하는 '왕과 사는 남자'는 유배지에서 만난 '단종'(왼쪽)과 촌장 '엄흥도'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사극이다./제공=쇼박스
작은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목숨마저 내준 조선 시대 '단종'의 이야기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이상으로 드라마틱한데다, 역사적 사실이 지니고 있는 무게감까지 더해진 데서 찾을 수 있겠다.

4일 개봉하는 '왕과 사는 남자'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종애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그리 새로울 것도, 흥미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셰프의 솜씨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요리처럼, 연출자의 우직한 정공법과 신선한 접근이 곁들여지면서 꽤 볼 만한 사극으로 탄생했다.

강원도 영월 두메산골의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계곡에서 굴러 실신한 자신을 구해준 멀끔한 행색의 이웃 촌장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전해듣는다. 자기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전직 고관대작들의 유배지로 결정되면 마을 전체가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인 '엄흥도'는 먹고 살기 힘든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마을 인근의 청령포를 유배지로 낙점받으려 노력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맞이한 이가 한양으로 돌아갈 일이 없는 폐위돤 어린 왕 '이홍위'(박지훈)란 사실을 알고 낙담한다. 이 와중에 '수양대군'의 책사인 '한명회'(유지태)는 '엄흥도'에게 '이홍위'의 일상 감시를 지시하고, '엄흥도'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채 식음을 전폐한 '이홍위'가 갈수록 안쓰럽기만 하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성공한 사극의 만듦새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이 그랬듯 한 공간에 모이기 힘든 서로 다른 계급끼리의 충돌과 협력을 통해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대중적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웃음 유발과 눈물샘 자극을 적절하게 배합한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서 그쳤으면 아주 평범하고 무난하기만 한 수준으로 마무리됐을 것이다. '이홍위' 즉 '단종'을 이전 작품들과 달리 연약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성품의 소유자, 민초들과 호흡하는 '미완의 성군'으로 묘사하는 등 역사속 인물의 새로운 해석이 시도된 덕분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전반부에서 '엄흥도' 역의 유해진(오른쪽 두 번째)이 선 보이는 코믹 원맨쇼는 가장 큰 볼거리다./제공-쇼박스
유해진의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는 단연 압권이다. 영화 초반부 특유의 호들갑스럽고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폭소를 자아내 관객들의 극 진입 장벽을 낮추고, 후반부에는 결단력 있고 인간미를 뿜어내는 모습으로 방점을 찍는다. 장 감독이 개봉 전 인터뷰에서 "한 작품에서 완급을 조절하며 냉온탕을 오가는 연기력으로는 송강호가 우리나라 배우들 가운데 최고인 줄 알았는데, 유해진도 못지 않더라"고 귀띔한 게 피부로 와 닿는다.

다만 '이홍위' 역의 박지훈과 '한명회' 역의 유지태를 비롯한 주요 출연진 대부분이 유해진의 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다소 밀리는 듯한 모습은 살짝 아쉽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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