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분할을 전격 결정한 데에는 최근 주식시장 활황에도 복합기업으로서 각 사업부문의 가치와 잠재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화가 한화그룹 지주사격으로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했던 만큼, 방산·조선·에너지·금융 사업부문과 로보틱스·반도체장비·유통 등의 사업군이 모두 한 회사에 집중된 상태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국가적 정책과 맞물리며 방산 및 조선에 대한 투자가 우선순위로 오르고, 나머지 사업에 대한 투자가 밀려 전체적인 성장이 제한됐던 면이 있다.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존속법인은 방산·조선 등의 활황기에 맞춘 투자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고, 신설법인 또한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춘 장비 등 테크솔루션 부문 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투자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후계 구도도 명확해졌다. 신설법인에 김승연 회장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부문들로 꾸려지면서다. 앞서 김 부사장은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 지분 15%도 프리IPO로 매각한 바 있다. 한화에너지 지분 50%와 김 회장으로부터 ㈜한화 지분도 가장 많이 증여받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 체제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분석이다.
14일 한화그룹은 이번 재편으로 대규모 투자 재원에 대한 걱정을 덜고 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높은 목표 설정에 나섰다.
이날 ㈜한화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2030년까지 존속법인의 연결 기준 연평균 매출 성장 목표치를 10%로 설정하고, 같은 기간 신설 법인은 연평균 30%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존속법인 내에서 방산·우주·항공은 국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등 약 11조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조선·해양도 글로벌 거점 확대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간 매출성장률 20~25%를 목표로 한다.
신재생에너지 및 케미칼 부문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은 신규 설비 준공 등을 마치면서 2030년까지 연간 매출 성장률 10~15%를 목표로 한다. 금융부문은 본원 경쟁력 제고를 통해 2030년까지 연간 매출 성장률 5%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는 그간 복합기업으로서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만큼 이번 분할을 통해 자회사 기업 가치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윤 한화IR 팀장(전무)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장 자회사 지분 가치는 작년 말 기준 19조원, 현재는 20조원이지만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7조원에 머물러 있다"며 "지주사 할인의 성격으로 해석해 지주사 할인을 축소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실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화 이사회 또한 여러 사업부문을 동시에 영위하며, 자본 배분에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등으로 조선·방산 부문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면서 테크솔루션 및 유통 부문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던 면이 있어서다.
이번 분할을 계기로 양사는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신설법인은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피지컬 AI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신설 지주 사업 부문이 신규 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발생하는데, 존속 법인 사업과 혼재되면서 기회를 놓치는 면이 있어 빠른 분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업부문을 나누며 업계에서는 승계 구도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김승연 한화 회장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영위하는 사업이 존속법인에 포함됐고, 신설법인은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참여한 사업들이 묶여있어서다. 다만 당분간 지분 교환 등의 계획은 없다는 입장으로, 신설법인의 브랜드사용료 역시 ㈜한화가 수령하는 구조는 유지된다.
김동관 부회장은 앞서 부친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한화 보유 지분 4.83%를 증여받았고, 차남 김동원 사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3.23%를 증여받은 바 있다. 여기에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 최대주주로 지배구조 최상위 회사인 한화에너지 지분 또한 각각 5%, 15%를 매각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 지분율은 50%로 사실상 ㈜한화 최대주주인 셈이다.
일각에서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화는 이번 사업 분할과 함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규모는 약 4600억원(13일 종가 기준)으로, 임직원 성과보상분을 제외한 전량을 소각하면서 이른바 '자사주 마법'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