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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찾은 청와대·비워지는 용산…‘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상권 지형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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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 김홍찬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12. 25. 19:05

서울 궁정동·효자동 상인 "점심 특수 기대"
용산 대통령실 주변 "매출 반토막 될 것"
청기와 식당-side
24일 오후 청와대 인근 식당(왼쪽)과 서울 용산 '용리단길' 모습/김태훈·김홍찬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는 '청와대 근무자·경찰관 할인'이라는 간판이 게시돼 있었다. 가게 사장 김광재씨(63)는 "청와대 복귀 소식에 할인 안내문을 식당 앞에 붙여 놨다"며 "출근하는 공무원들을 고려해 아침밥 장사도 재개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위치한 '용리단길'은 한산했다. 대통령실과 도보 10분 안팎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미경씨는 "대통령실이 있어 공무원뿐만 아니라 방문객 등으로 손님이 크게 늘었었다"며 "이제 점심 매출이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3년 7개월 만에 청와대로 복귀하며 상권 활성화에 대한 인근 상인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반면 용산 시대가 짧은 시간에 막을 내리며 기존 대통령실 상권은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두 차례나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골목 상인들의 기대와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인근 궁정동, 삼청동, 효자동 등은 불과 3년여 전까지 청와대 직원들과 기타 관계자들의 점심 약속으로 붐비던 곳이다. 2022년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가며 상황은 달라졌다. 같은 해 5월 청와대 개방 직후 잠시 '특수'를 누리긴 했으나 잠시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연간 청와대 관람객 수는 첫 해였던 2022년 7개월 만에 278만명을 기록한 이후 2023년 207만명, 2024년 191만명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대통령실 이전 전후로 코로나19 유행과 광화문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까지 겹치며 상권은 '삼중고'에 시달렸다.

그렇기에 상인들은 청와대 복귀를 더욱 반기고 있다. 효자동에서 한식주점을 운영하는 한지인씨는 최근 점심 영업을 시작했다. 청와대 복귀로 직원들의 점심 방문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하루에 공무원들 10팀만 찾아와도 좋을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2)는 그동안 병행해오던 점심 장사를 중단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대통령실이 사라지며 점심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적자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처럼 3년의 일시적 특수를 누린 용산 상권은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특히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 길게 형성된 골목길인 '용리단길'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는 곳이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과 용리단길이 위치한 한강로동의 유동인구(1ha당)는 대통령실이 이전해온 2022년 2분기 1만7968명에서 2023년과 2024년 같은 분기 각각 1만9675명, 1만9718명으로 늘어났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민석씨(69)는 "직원들이 주로 가는 식당들이 특히 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복귀는 이달 말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29일 0시부로 청와대에 게양된다. 이와 함께 공식 명칭도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교체된다.
최민준 기자
김홍찬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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