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의 ‘MAGA’, 승자독식 국제통상질서 가속화…고대월례강좌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특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22000702041

글자크기

닫기

안정환 기자

승인 : 2025. 12. 22. 07:10

고대월례강좌는 지난 18일 서울 안암동 고대교우회관 안암홀에서 제468회 강좌를 개최하고,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현 부영그룹 회장)을 초청해 ‘승자가 지배하는 국제통상질서’를 주제로 송년 특강을 진행했다. / 사진=고대월례강좌
고대월례강좌(회장 윤은기)는 지난 18일 서울 안암동 고대교우회관 안암홀에서 제468회 강좌를 개최하고,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현 부영그룹 회장)을 초청해 ‘승자가 지배하는 국제통상질서’를 주제로 송년 특강을 진행했다. 강연에는 교우 등 120여 명이 참석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윤은기 회장은 인사말에서 “AI 시대를 맞아 모든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제통상질서 재편으로 세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며 “국제통상 전문가인 이희범 전 장관을 모시고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를 갖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MAGA, GATT·WTO 질서의 종언”

이희범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1기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한 통상질서 변화의 시기, 2기인 현재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대원칙 아래 국제통상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시기로 규정했다. 그는 “이는 기존의 GATT 체제와 WTO 체제가 사실상 종언을 맞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과거 국제통상질서는 GATT·WTO 체제에 기반한 국가 간 무차별 원칙, 즉 최혜국대우(MFN)를 기본으로 했지만, 지금의 미국은 기본관세, 보편관세, 상호관세, 보복관세, 특혜관세 등 모든 관세 수단을 총동원해 자국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확대된 것이 이러한 통상정책 변화를 밀어붙이는 구조적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고대월례강좌는 지난 18일 서울 안암동 고대교우회관 안암홀에서 제468회 강좌를 개최하고,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현 부영그룹 회장)을 초청해 ‘승자가 지배하는 국제통상질서’를 주제로 송년 특강을 진행했다. 윤은기 회장과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오른쪽). / 사진=고대월례강좌
◇ 한·미 협상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장

이 전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과 일본의 경제 부흥을 지원하고 중국을 WTO 체제에 편입시킨 결과, 유럽·일본의 번영과 중국의 G2 부상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정작 미국에는 막대한 빚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85년 이후 미국이 최대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전환됐고, 베트남전과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거치며 무역적자와 국가부채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미국은 상호관세 적용 국가를 69개국으로 대폭 확대하고, 우방·적대국·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맞춤형 통상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EU에 이어 한국 역시 경주 APEC 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상을 타결했으며, 이후 발표된 공동 설명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자동차 관세율 15% 상향, 항공기·LNG 대규모 구매, 국방비·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품목별 관세도 대폭 높아졌다. 이 전 장관은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이 50%로 상향되고, EU 역시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올린 데다 쿼터까지 줄이면서 포스코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승용차, 구리 반제품, 목재·가구류, 의약품, 항공기, 드론, 산업기계, 가공광물 등 거의 전 품목이 ‘미국 안보’를 명분으로 고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 미·중 경쟁과 다자통상 구조 변화

이 전 장관은 미국의 가장 큰 타깃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은 ‘제조 2025’를 앞세워 2045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 아래 5대 프로젝트, 10대 핵심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철강·조선·반도체·자동차·AI 등에서 세계 1위 또는 자급률 제고를 이뤄냈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미국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WTO 무용론을 제기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UN이 사실상 무력화된 현실을 비판하며,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기존 국제질서가 거의 해체 수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복수 국가 간 협정에서 대륙 간 협정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통상 구조 속에서 USMCA, ASEAN, AfCFTA, APEC, ASEM 등의 기존 틀에 더해 CPTPP, RCEP, IPEF 등 새로운 지역 경제협정이 복잡한 3각 협력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현재 RCEP와 IPEF에 가입한 상태이며 CPTPP 가입도 추진 중인 만큼, 미·중·일 삼각 구도 속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 “무역 의존국 한국, 과도한 비관은 금물”

강연을 마무리하며 이 전 장관은 “한국은 GDP의 80%를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나라로, 1998년 이후 무역흑자 기조가 정착된 이래 누적 7,76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 중”이라며 “중진국 함정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강성 노조, 반(反)시장법을 양산하는 국회, 통상 마찰 등을 잠재적 위기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높은 교육 수준과 R&D 투자 확대, 반도체·자동차·조선업의 높은 경쟁력을 한국경제의 자산으로 제시하며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대월례강좌는 지난 18일 서울 안암동 고대교우회관 안암홀에서 제468회 강좌를 개최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현 부영그룹 회장)이 ‘승자가 지배하는 국제통상질서’를 주제로 송년 특강을 하고 있다. / 사진=고대월례강좌
안정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