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폐허 속 아파트의 황궁마켓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궁마켓은 부탄가스·샴푸·약 등 생필품이 층별 업종으로 운영된다. 비공식 거래가 적발되면 즉결처분이 이뤄진다. 박상용은 이 세계의 통제자이며 통조림은 유일한 '가치 단위'다. 시장 내부의 질서는 냉혹하다. 김태진과 '박철민'(유수빈)은 상납을 독촉하고 말단 상인을 몰아내며 폭력적 구조를 강화한다. 외부인의 침입은 시장의 균형을 뒤흔드는 시발점이 된다. 외부에서 들어온 작은 틈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기 시작하면서 동맹·배신·거래가 뒤얽힌 권력의 균열이 발생한다.
영화는 재난 한가운데에 '시장'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인간의 생존 방식과 권력 구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흔한 재난물의 도식에서 벗어나 시장 논리·거래·통제, 규칙의 폭력을 중심축으로 삼아 극단의 세계를 구축한다.
작품은 인물들의 감정적 동요와 황궁마켓의 규칙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를 통해 단순한 재난물의 외형을 넘어선다. 특히 최희로와 김태진의 감정의 온도 차가 황궁마켓의 폐쇄성을 부각시킨다. 이런 점에서 생존자 특유의 감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차갑지만 흔들리는 감정선을 구축하는 이재인, 충직함에서 광기까지 폭넓은 변주를 선보이며 서사의 긴장감을 이끄는 홍경의 연기에 시선이 쏠린다.
젊은 세대가 폐쇄된 구조 안에서 어떤 규칙을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를 변화시키려 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영화의 흥미가 생긴다. 잔혹한 질서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떨림과 거래의 순간들은 '이 세계에서 무엇이 생존을 가능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남긴다. 결국 '콘크리트 마켓'은 폐허가 된 세상에서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지 관객 스스로 되묻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