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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로 돌아간 韓 영화…성탄 대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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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1. 26. 13:50

연말 '텐트폴' 영화 한 편도 없어…2021년 이후 처음
모두가 '아바타3' 피해…OTT로 관람 문화 바뀐 탓
정부 지원의 조속한 실행 절실…영화인도 달라져야
고백하지마 오세이사
배우 류현경의 장편 영화 감독 데뷔작 '고백하지마'(왼쪽 사진)와 추영우·신시아 주연의 청춘 로맨스물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다음 달 17일과 24일 차례로 개봉한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텐트폴' 영화가 아닌 탓에, 크리스마스 시즌의 흥행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제공-류네·바이포엠스튜디오
12월 극장가의 풍경이 4년만에 코로나19 펜데믹 때로 돌아가게 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한국 흥행 기대작들이 단 한 편도 없어서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영화 제작 및 개봉 패러다임의 변화 혹은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체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영화인들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영화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국내 '텐트폴'(Tentpole)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 건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이후 4년만이다. '텐트폴' 영화는 각 투자·배급사가 연간 흥행의 '지지대' 역할을 기대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성수기용 작품을 일컫는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 대기중인 한국 영화로는 다음달 17일과 24일 차례로 공개될 예정인 배우 류현경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 '고백하지마'와 추영우·신시아 주연의 청춘 로맨스물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텐트폴' 영화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 연말 극장가의 흥행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2016년 이병헌·강동원 주연의 범죄 액션물 '마스터'와 김윤석·변요한 주연의 판타지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2~3편의 한국 '텐트폴' 영화가 관객들과 만났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극장에서의 정상적인 관람 자체가 어려웠던 2020년과 2021년에는 한 편도 개봉하지 못했고, 2022~2024년에는 매년 한 편씩 상영됐다.

아바타3
올 크리스마스 극장가에서는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 '아바타: 불과 재'의 흥행 독주가 점쳐진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처럼 올 연말 한국 흥행 기대작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이유는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 '아바타: 불과 재'의 개봉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다음 달 17일 개봉을 앞둔 '…불과 재'는 1편과 2편 모두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작성중인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덕분에, 압도적 관객 몰이를 일찌감치 예고하고 있다. 국내 투자·배급사들이 '…불과 재'에 어설프게 맞섰다가 본전도 못 찾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전략의 일환으로, 크리스마스 흥행 대전에 아예 뛰어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배경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의 도래로 달라진 영화 관람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정 시즌을 맞이한 관객들이 OTT 한달 구독료보다 비싼 관람료를 내고 극장에 갈 때는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인기 프랜차이즈물의 최신작 또는 톱스타와 스펙터클한 볼 거리를 모두 앞세운 작품을 원하기 마련인데, 수 년간 전체적인 매출 감소로 '텐트폴' 영화는 고사하고 비성수기용 영화들의 제작도 엄두를 못 내고 있는 투자·배급사들로서는 관객들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킬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작년과 재작년 극장가를 돌아가게 했던 이른바 '창고 영화'들이 소진된 탓도 있지만,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올 여름·추석 흥행 결과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극장가의 성수기와 비성수기 구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면서 "OTT에 이미 길들여진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요소가 적어도 두세 가지 이상 있는 작품이 아니라면 시즌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기획·개발과 제작을 돕고 모태펀드의 증액을 꾀하는 내용으로 지난 9월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힘들다"면서 정부의 신속한 지원 방안 실행을 촉구했다.

장동찬 에이아이(AI) 시네마 대표는 "지금 한국 영화계는 단순한 불황이 아닌, 관람 문화 변화와 극장 체제 붕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이겨내려면 정부의 조력도 필요하지만, 영화인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제작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인공지능의 적극적인 활용 등 새로운 환경에 발 맞추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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